류다린 지음, 노승현 옮김 심산문화 발행·3만8,000원
중국의 성(性) 문화 5,000년을 그림으로 읽는 책이다. 404쪽의 두툼한 분량에 선사시대부터 청나라 말기까지 성에 초점을 맞춰 중국 문화의 이면 혹은 바탕을 들여다보고 있다.
책에는 550여 점의 도판이 실려있다. 인쇄의 화질이 좀 더 선명했으면 하면 아쉬움이 있지만, 두루 그리고 깊이 있게 주제를 살피는 데는 매우 요긴하다. 진귀한 도판이 많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이지만 물론 단순한 흥밋거리는 아니다.
지은이는 중국인 사회학자 류다린(상하이대 사회학과 교수)으로 그는 '성' 문화에 관한 한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는 경전을 비롯한 각종 문헌에서 성을 언급한 내용을 세밀히 분석해 그 본의를 밝혀냄으로써 중국학, 나아가 동양학 관련 연구의 단초를 제공한다. 그의 관점은 특별히 정치적이거나 진보적이진 않다. 현학적이거나 추상적인 담론을 펼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엄청난 양의 사료를 제시하고 이를 충실히 설명함으로써 중국 성문화의 역사를 자세히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근엄한 도덕의 굴레에 눌려 흔히 스스로를 은폐하곤 하던 동양의 성을 동양인이 직접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