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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 이백, 두보를 만나다 <다카시마 도시오 지음, 이원규 옮김, 도서출판 심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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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 이백, 두보를 만나다 <다카시마 도시오 지음, 이원규 옮김, 도서출판 심산문화>

입력
2003.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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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 한 편입니다. 그러나 그저 수박 겉 핥기 식이요, 옆구리에 차고 나서는 장식으로나 요령 삼았으니 딱히 자랑스럽다 내세울 일은 아닙니다. 그 많은 책들을 선물로 주신 아버지는 지금은 교직을 물리시고 남도 여수에서 글쓰는 일로, 낚시하는 일로 여생을 즐기시니 당대의 이백(李白)이요, 두보(杜甫)라 감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산수를 즐겨 유유자적하는 분들을 두고 시선(詩仙)이요, 시성(詩聖)이요 하며 이백, 두보의 예를 들어 비견하는 일은 다반사 중에도 다반사입니다. 지금껏 알고 있었던 일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이백과 두보를 다시 만난 건 근자의 일입니다. '이백, 두보를 만나다'를 건네 받고는 눈이 번쩍, 귀가 쫑긋하는 일인지라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는 일은 그리 오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습니다.

이백은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 익사했다는 유명한 이야기는 전설에 지나지 않을 뿐…이백은 옆구리가 썩어 들어가는 병을 얻었다고 한다', '방랑 끝에 신세를 지기 위해 찾아든 곳에서 병에 걸려 죽은 객사에 가까운 죽음인 듯 하다' (본문 120쪽)는 내용은 지난 날 생각으로 '시처럼 살다 간 것이야' 하고 되뇌어 보지만 이제 이렇게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제 생각, 제 멋대로만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 되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우리 중에 누가 이백과 두보를 모르는 이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들의 눈물과 흥취를 아는 이는 또 몇이나 되겠습니까. 이 책은 두 시인의 삶과 문학이 '만나고 갈라지는 지점'을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백과는 또 다른 삶을 살았던 두보. 그 시성을 우리는 어디까지 알고 있었으며, 모르는 일은 또 얼마나 더 있는지 이 책은 그 답을 알고 있는 듯 합니다.

책을 보다가 유년시절 '책 많이 읽어라' 하시던 어머님 말씀과, 말씀 없으신 채로 늘 생활 모든 시간을 책 보는 일로 소일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 속에서 떠올려 봅니다. 그렇게 읽어내고도 아직 더 읽어내야 할 책은 많고, 그렇게 또 많은 책들이 날마다 신간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의 책읽기도 계속될 일입니다. 그 일은 이제 출판일을 시작하는 제게 큰 힘이 되어 준다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정재홍·도서출판 운디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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