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방각본 출판 연구 부길만 지음 서울출판미디어 발행·2만원근대의 책 읽기 천정환 지음 푸른역사 발행·1만9,500원
조선시대 중앙·지방관서에서 공무나 교육을 위해 간행한 책을 관판본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사찰에서 포교 목적으로 낸 책은 사찰판본, 서원에서 간행한 서원판본, 개인이 자비로 간행해 주위에 공짜로 돌린 책은 사가판본이라고 했다. 인쇄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은 대개 행정이나 종교적인 목적으로 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와 다른 개념으로 방각본(坊刻本)이 있다. 조선 후기에 목판에 새겨서 찍어 서점에서 돈을 받고 팔던 책이다. 지금은 출판과 동의어로 생각하는 상업출판의 효시이다.
방각본을 출발로 삼아 근대의 대중 독자층이 형성되는 과정까지 한국 출판사를 다룬 책 2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조선시대 방각본 출판 연구'는 16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 방각본을 중심으로 한 상업출판의 흐름을, '근대의 책 읽기'는 근대적인 의미의 독자 탄생의 출발점인 1920년대 이후 책 읽기 경향과 출판 유통의 흐름을 분석했다. 국내 출판역사의 연구층이 두텁지 않은 점을 생각한다면 박사학위 논문을 고쳐서 낸 두 책 모두 학문적인 의미가 깊다.
부길만 동원대 교수는 조선시대 방각본 출판을 출판 경향에 따라 세 시기로 구분했다. 최초의 방각본 '고사촬요(攷事撮要)'가 나온 1576년부터 18세기 초까지는 백과사전적인 성격의 책이 주축을 이뤘다. 독자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도가 강했던 시기이다. 이후 19세기 중반까지는 유학(儒學) 관련 책과 아동 학습서가 주를 이뤘다.
방각본 출판이 현대처럼 다양해지는 것은 이어 3기부터. 이때는 소설을 중심으로 한 오락 독서물이 주축을 이루면서 서식이나 서간문 작성법을 다룬 책, 기복신앙과 결합한 도가 서적의 출판이 많아진다. 부 교수는 서울의 방각본은 소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비해 전주는 유학 분야 서적이 집중되는 등 지역별로도 출판 경향이 달랐다며 다만 상업출판의 전통은 실용성을 우선으로 삼고, 오락과 메시지를 함께 담으려고 노력한 점은 공통이라고 지적했다.
'근대의 책 읽기' 역시 출판의 역사와 흐름을 짚고 있지만 근대 독자의 형성이나 문학 조류 등 이야기가 다양한데다 저자의 활달한 글솜씨 덕에 일제시기 책 문화사로 읽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천정환씨는 19세기의 방각본이나 1910년대 구활자본 출판물을 매개로 근대적 출판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독자가 크게 늘어났지만 이 변화는 전초전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은 1920년대. 3·1운동 이후 근대적 학교교육이 보급되면서 문맹률이 크게 낮아진 데다 출판산업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신문·잡지 구독이 일반화한다. 또 그때 이후 독서가 취미의 하나로 확고히 자리잡고, 오락으로서의 읽을거리가 쏟아져 나왔으며 '개벽' '조선문단' 등 문예지들에 힘입어 신문학이 독자를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그때도 영화 때문에 책이 죽는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편지를 통한 글쓰기가 폭증하는 등 당시의 세태를 다양한 사진·자료와 함께 읽는 재미가 그만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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