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떠돌아다니며 세상을 바꾸는 '평화의 유랑자'가 될 겁니다."새만금 간척사업, 부안 핵폐기장 건설, 이라크 파병 등에 반대운동을 해온 문정현(64) 신부가 전국 순회 유랑단을 결성, 그야말로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운동을 벌인다. 문 신부를 단장으로 오두희, 김보리, 박현지, 윤여관씨 등 생명평화운동가 5명이 참여하는 '평화바람 유랑단'은 14일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발대식을 가졌다. 이들이 유랑을 떠나는 것은 '거리의 전사(戰士)'가 아닌 평범한 대중들과 이라크 파병문제 등 반전과 평화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맥락에서 춤과 노래를 함께 하는 한마당 잔치를 벌이기 위해서다.
거리 시위나 기자회견 등의 기존 운동 방식은 '그 밥에 그 나물'식으로 항상 접하는 사람들끼리만 만나서 어울리게 되는 한계가 있다는 자성에서 이번 유랑단이 결성됐다. 문화적 코드가 다른 평범한 세상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기도 하다.
포탄에 다친 어린이, 폐허 속에 웃고 있는 소녀의 모습 등 전쟁의 참상이 그려진 화물칸을 가진 2인승 봉고차에 북과 걸개그림 등을 싣고 떠나는 유랑단은 서울 신촌을 시작으로 파주와 평택, 오산 등 미군기지가 있는 대학가를 우선 찾을 계획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대학생의 70%이상이 국익을 위한 파병이 불가피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와, 무엇보다 대학생들과 반전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유랑단은 시민들에게 연극과 노래와 춤을 선사하고 파전과 어묵 등 먹을 것을 대접하면서 함께 가슴을 열고 전쟁과 평화에 대해 가식없는 대화를 나누는 '한마당'잔치도 가는 곳마다 열 계획이다.
문 신부는 "그 동안 신부로 살면서 한 일이 있다면 이 땅의 민주화와 평화를 위해 보낸 '거리 투쟁'"이라며 "이제는 유랑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평화를 만들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팡이가 돼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