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명 지음 부키 발행·6,800원
민초들의 시각에서 새로 쓴 우리 전래이야기집이다. '심청전', '흥부전', '선녀와 나무꾼' 등의 주요 얼개만 두고 시대배경과 전개, 결말 등을 새롭게 창작했다.
저자는 대안학교인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교사로 40여년 간 재직한 홍순명(66)씨. 우리 옛이야기가 서민들의 심성과 정신을 키워온 교과서이면서도 가족 이기주의와 비민주적 요소가 많고 공동체 의식이 부족해 이를 보완하고자 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새 심청전'에서 심청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판 게 아니다. 백제에 멸망한 마한 사람으로 욕심 많은 중과 백제 군인들에게 속아 중국에 팔려간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갈등, 야만적 군사문화의 문제점 등을 짚어가는 내용이다.
'새 흥부전'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 놀부의 배다른 동생으로 태어난 흥부가 어려서는 신분차별, 자라서는 일제의 압제에 시달리고, 그 후에는 이데올로기 갈등에 고민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재물을 모아 잘 살게 된 흥부가 이상촌(理想村) 건설에 힘쓰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사회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대안교육을 주장하는 저자의 정신이 깊게 배어 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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