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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 서울에 자리잡은 古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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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 서울에 자리잡은 古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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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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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도읍으로만 600여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古都)다. 옛 궁궐과 이름만 남은 길, 성곽의 잔해들이 증거로 남아 있지만 오랜 세월 풍화된 잔영(殘影)일 뿐. 하지만 살아서 쉼없이 서울을 얘기하는 것들이 있다. 나무들이다. 산책하기 좋은 요즘 아이들 손을 잡고 고목들을 찾아 서울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도심속에 살아 있는 천연기념물들

서울 도심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9그루의 나무가 있다. 대부분 종로 일대의 궁궐과 절에 산다.

종로구 가회동 헌법재판소 내 백송(제8호)은 수령 600년으로 백송중 가장 나이가 많고 가장 아름다운 나무로 꼽힌다. 조선말 헌종의 어머니 신정왕후의 친정집이었던 이 곳 사랑채에는 흥선대원군이 드나들며 왕정복고의 거사를 꾸몄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종로구 수송동 조계사내에 있는 백송(제9호)은 나이가 500년이지만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탄 탓인지 높이 6m로 수세(樹勢)가 약하다.

용산구 원효로에 있던 백송(제6호)은 지난해 죽어 올해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고, 종로구 통의동 백송(제4호)도 1990년 7월 갑작스런 돌풍으로 꺾여 그 지위를 잃었다. 지금은 자목(子木)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통의동 백송은 추사 김정희가 자주 찾았고 한일병탄 36년 동안 일시 생장을 멈췄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창덕궁내 향나무(제194호)와 다래나무(제251호)는 나이가 각각 700년, 600년으로 왕가의 흥망성쇠를 지켜보았고, 동대문구 제기동 선농단의 향나무(제240호)와 성균관대 문묘에 있는 은행나무(제59호)는 500년 이상 세월을 버텨왔다.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내에는 등나무(제254호)와 300년 된 측백나무(제255호)가 살고 있다. 1,000년 전 강감찬 장군이 지나다 꽂은 지팡이가 자랐다는, 수령 1,000세의 최고령 관악구 신림동 굴참나무(제271호)는 주민들이 막걸리를 부어주는 정성을 입은 덕택인지 매년 굵은 도토리를 생산한다.

설화와 전설이 깃든 나무들

천연기념물에 버금가는 노거수와 희귀종들도 많아 서울시는 213그루를 보호수로 관리하고 있다. 수령 830세의 서초구 서초사거리 향나무 등 700세 이상의 나무만 9그루이고 금천구 시흥동엔 830세 은행나무 3그루가 모여 산다.

수령 475세의 은행나무가 서있는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은 조선 중종때 영의정 정광필의 집터로 꿈에 정승 허리띠 12개를 나무에 건 이후 400년간 12명의 정승이 났다고 한다. 임진왜란땐 나무를 베려는 왜군에게 동네 노파가 생선 한 마리를 주고 살렸는데 그 때 톱질한 상처가 뿌리부분에 남아있다고도 한다.

나라에 큰 변고가 있을 때마다 불이 났다는 도봉구 방학동 연산군 묘 옆의 830세 은행나무는 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직전에도 불탔다고 한다. 그간 여러 차례 화재 탓인지 나무 중심부는 검게 타 비어있다.

중구 정동에 있는 525세의 향나무 윗쪽엔 임진왜란때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말을 맨 못이 박혀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인조가 앉아 약수를 마셨다는 송파구 방이동 팽나무는 '대왕좌(大王坐) 나무'라고 불린다.

중구 만리동 2가에 있는 참나무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한 손기정 선수가 히틀러에게 받아다 심었다고 해 '손기정 월계관수'라고 불리고 있다.

인터넷 서울문화재(http://sca.visitseoul.net/korean/)와 한국의식물자원(http://152.99.197.75/koreaplants/index.htm)에서 자세하게 알 수 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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