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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노동자의 외침에 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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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노동자의 외침에 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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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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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외치며 온몸에 기름을 붓고 근로기준법 책과 함께 산화하여 간지 33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평화시장의 봉제공장을 비롯한 곳곳의 열악한 근로조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와 노동운동이 서서히 움트기 시작하였다. 그의 죽음은 우리사회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그 후 우리의 정치상황, 경제적 생활수준, 노동자의 권익은 많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국민의 절대적 다수인 노동자, 농민, 빈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은 단 한 석의 의석도 갖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세계화, 정보화, 구조개혁의 추진으로 소득과 부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었다. 갈수록 비정규직 노동자는 늘어나고 정리해고가 쉬워지는 등 고용이 불안해지고, 노동3권은 보장되어 있지만 합법적인 쟁의행위의 범위는 지극히 좁아서 사실상 합법적인 단체행동권은 행사할 수 없다고 한다. 민주노총은 9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쟁의행위를 이유로 내세우는 손해배상가압류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해결을 촉구하였다.

손해배상가압류는 그동안 노동계에서 '사실상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수단'이라며 꾸준히 문제점을 제기해 왔다. 이 가압류는 재벌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 활발하게 활용되었고, 그 금액은 400억원에 이른다. 가압류 대상은 노조조합비 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개인재산, 나아가 회사에 입사할 당시 신원보증을 한 친인척의 재산에까지 이른다. 한마디로 노동조합활동을 잘못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정도이다.

최근 회사와 쟁의행위 중에 있던 노조간부가 자살을 하였다. 그는 회사로부터 가압류를 당해 세금 등을 공제하고 나면 한 달에 십여 만원의 돈을 수령했다고 한다. 비슷한 문제로 그간 여러 명의 노동자들이 좌절과 고통 끝에 자살하였다. 그런데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과 최근의 노동자들의 분신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상황이 좀 더 복잡해졌다는 것, 그리고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합법이란 이름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달라졌을 뿐, 달리 방법이 없어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점에서는 같다. 전태일 열사는 평화시장의 작업환경을 근로기준법에서 정한대로 개선하여 줄 것을 당시 노동청에 수 차례 요청했는데도 개선은커녕 아무런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자 근로기준법 책과 함께 자신의 몸을 불살랐던 것이다.

최근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쟁의행위를 한 것에 대해 사용자는 수십 억원의 가압류를 하고, 이러한 제도적·법적 문제점을 개선하자고 요구를 해도 어느 누구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한계상황에 내몰린 노동자는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정부와 사용자측에서 갖고 있다. 손해배상가압류는 공공부문에서부터 철회되어야 한다. 비정규직의 문제도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차별을 해소해 나감으로써 해결에 앞장서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정부는 노동자들이 왜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폭력시위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며 민주노총 지도부를 사법처리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의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

정부는 고통을 겪고있는 노동자를 감싸 안아야 한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 노동자의 권리가 신장되고 우리사회가 민주화된 것처럼, 최근 노동자들의 죽음도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 막힌 곳은 뚫고, 끊어진 곳은 잇고, 맺힌 것은 풀고, 굽은 것은 펴는 게 바로 정책 아닌가.

최 일 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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