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안시현의 '톱10' 희망을 집어삼킨 것은 초속 7m의 강한 바람과 함께 처음 접해보는 거센 버뮤다 잔디였다. 양쪽 숲이 입을 벌리고 있는 코스에서 페어웨이 적중률이 78.5%에 이를 만큼 대담하고 정확한 드라이버 샷 감각을 보인 안시현은 그러나 그린적중률은 38.8%에 그칠 만큼 아이언 샷의 난조를 보였다.바람의 영향을 잘못 계산해 그린을 놓치기도 했지만 촘촘하게 엉켜있는 질긴 버뮤다 잔디에서 백스핀을 제대로 걸지 못해 딱딱한 그린 위에 볼을 세우지 못한 탓이었다. 어프로치 샷의 테크닉이나 코스 공략 등에서도 미숙한 면을 보인 안시현은 그러나 5∼8번홀에서의 화려한 줄버디쇼를 펼쳐 보이는 등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시현은 "부족한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면서 "앞으로 적응력을 키우는 연습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선수들은 빠른 그린 위에서 마치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박세리는 "지금까지 이 대회를 치르면서 이렇게 빠른 그린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박세리는 이날 1번홀에서 1.5m짜리 파퍼팅을 놓친 것은 물론 13번홀과 18번홀에서도 3퍼팅을 범하는 등 퍼팅이 말을 듣지 않아 애를 태웠다. 안시현도 파5 4번홀에서 3온한 뒤 10m를 남겨놓고 4퍼트 실수로 더블보기를 범했다.
○…안시현은 이날 경기가 끝난 직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사무국에서 '불심검문(?)'을 당했다. 현재까지 10여명 이상의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뛰고 있지만 국산 클럽을 투어 공식대회에 들고 나온 것은 안시현이 처음. 때문에 LPGA 사무국은 안시현의 엘로드 드라이버(GX-375)의 반발 계수 등 부정 클럽 여부를 직접 조사해 적법 판정을 내렸다.
/모빌=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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