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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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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수잔 브라이슨 지음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상처와 고통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조명했다. 자신이 성폭력의 피해자였던 저자는 악몽 같았던 경험과 그 후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냉철한 시선으로 증언한다. '성폭력의 기억은 절대로 잊혀 지지 않아'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성폭력은 저자의 자아를 철저하게 파괴했다. 저자는 철학에서 자신이 처한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 시도했다. 그러나 서양철학의 사유 방식은 잃어버린 자아를 회복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저자는 성폭력이 남긴 트라우마는 여성주의 철학과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삶의 태도로써만 치유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여성주의 번역 모임 '고픈' 옮김. 인향 1만3,000원.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대통령이 된 기자

/존 F 케네디 지음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 지금도 살아 있는 대통령 케네디가 28세 때 기자로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을 취재하며 쓴 노트와 육필 메모를 묶은 책이다. 허리 디스크 증세 재발로 해군을 조기 전역한 뒤 재벌 언론 허스트의 기자로 취직한 케네디는 전후 유럽의 사정을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젊은 기자 케네디의 눈에 비친 유럽은 폐허와 빈곤, 약탈과 무질서의 천국이었다. 세력을 확장하는 러시아의 모습에서 냉전의 도래를 예감하고 영국과 프랑스의 정치 불안정, 독일 국민의 피폐한 일상에서 정치지도자의 역할을 절감했다. '가장 훌륭한 정치인은 개개의 행동이 가져올 정치적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메모에서도 영글어 가는 정치인의 꿈을 엿볼 수 있다. 올해 서거 40주년을 맞은 케네디의 유일한 자전 기록이다. 김창영 옮김. 따뜻한손 1만원. /김범수기자

8000미터의 희망과 고독

/엄홍길 지음

25세에 에베레스트에 첫 도전장을 낸 이후 16년 간 히말라야 산맥의 8,000m가 넘는 봉우리 14개를 한국인 최초로 오른 산악인 엄홍길이 처음으로 낸 책이다. 14번의 실패와 동료 8명의 죽음, 동상으로 발가락을 잘라내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흰 산'을 향한 그의 열정과 굽힐 줄 모르는 도전 정신이 가슴에 와 닿는다. 고도와 악천후, 총알처럼 날아다니는 얼음 덩어리 속에서 엄습하는 죽음의 공포, 호쾌한 바위 벽과 아찔한 설사면을 기어오르며 느끼는 희열과 감동이 손에 잡힐 듯이 그려져 있다. 죽을 고비를 숱하게 겪었으면서도 가만히 있으면 산에 가고 싶어 미칠 것 같다는 엄씨는 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과 하나가 되는 작업'이 등산이라고 했다. 자연은 너무나 위대하며, 인간은 자연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깨달음이다. 이레 9,800원.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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