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 답답하고 막막하면 교무실도 비우고 이곳까지 오겠습니까?"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온라인 입시업체 M사의 대입 최종전략 설명회. 3,000여개의 좌석이 마련된 행사장에 8,000여명의 수험생, 학부모 등이 몰렸다. 행사장 바깥 복도까지 들어찬 인파속에서 학원이 배포한 자료를 들여다보던 서울 D고 교사 K(46)씨는 "올 수능 분석이 너무 어려워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나 말고도 많은 일선 교사들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올 수능시험의 난이도 및 가채점 분석 논란 등으로 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설 교육기관의 입시설명회가 사상 유례없는 성황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진학 지도에 극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선 교사들이 행사장을 대거 방문해 사교육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주최측 관계자는 "행사장 곳곳에 양복을 입은 분들 중 대부분은 일선 교사들"이라고 귀띔했다.
서울 동작구 모고교 입시지도 교사인 J(50)씨는 "수능을 못 치른 학생들도 침울하지만 진학지도 기준조차 파악못한 고3 교사들도 울고 싶긴 마찬가지"라며 "학생지도를 위해 귀동냥이라도 해볼까 해서 왔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온 교사 C(52)씨는 "입시제도가 너무 빨리 바뀌는데 입시 전문가들이 학생 진학에 대해 훨씬 잘 아는 것이 엄연한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수험생들도 "학교에서는 진학지도를 받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 선생님들이 진학 조언을 전혀 해주지 못해 졸업고사를 치르자마자 이곳에 달려왔다"는 강남 S고 3학년 이모(19)양은 "8학군 지역 선생님들도 입시지도를 손 놓고 있는데 다른 지역 학교는 말도 못할 것"이라고 푸념했다.
학부모들도 일선 학교의 무력함을 원망했다. 주부 고모(44)씨는 "학원강사 출신 교수가 수능 출제위원으로 선임되는 마당에 유명 학원의 입시정보를 놓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서울 Y고 교사 L(51)씨는 "인성·적성 교육에 신경 써야 할 우리들이 사설학원 설명회를 듣고 있다는 것은 코미디"라며 "자괴감도 들지만 학생들이 워낙 불안해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한탄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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