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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글없는 그림책" 아이들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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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글없는 그림책" 아이들이 작가

입력
2003.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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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화요일 /데이빗 위즈너 글·그림, 비룡소● 구름 공항 /데이빗 위즈너 그림, 중앙출판사

● 수염 할아버지 /이상교 글, 한성옥 그림, 보림

'글 없는 그림책'이 있다. 글은 없지만 이야기는 있다. 그러나 작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그림을 보면서 지어내는 것이다.

데이빗 위즈너의 '이상한 화요일'과 '구름공항'을 보자. 화요일 저녁 8시쯤, 석양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 하늘에 별이 총총하고 보름달이 떠오를 무렵, 연못에 가로 누운 나무 위에서 쉬던 거북이와 물 속의 물고기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깜짝 놀란다. 연잎을 탄 개구리들이 하늘로 날아오른 것이다. 신나는 개구리들은 비행접시처럼 공중곡예도 하고 전깃줄에서 잠자던 새들을 깨워 도망가게도 한다. 그들은 마을로 들어간다. 밤 11시 21분, 부엌에서 샌드위치를 먹던 남자는 뭔가 이상한 기미를 느낀 듯하지만 사태를 완전히 알아차린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모든 마법은 해가 뜨면 풀리는 법, 아침이 되자 개구리들은 허겁지겁 연못으로 돌아가고 거리 곳곳에 떨어진 연잎만 간밤의 사태를 보여준다. 다음날 아침, 심각한 얼굴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꽃잎을 보는 경찰관 뒤에서 어젯밤 야참을 먹던 그 남자가 취재 기자에게 하늘을 가리키며 뭔가 이야기하고 있는데…. 다음 주 화요일, 저녁 7시 58분. 앗, 저것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전망대에 현장학습을 간 사내아이가 구름을 따라 갔더니 그곳은 구름을 만들어 하늘에 내보내는 구름공항이다. 항상 똑같은 모양에 싫증난 구름에게 아이는 다양한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준다. 하늘에 떠 있는 물고기 형태의 구름을 보고 고양이는 입맛을 다시고, 허드슨 강의 물고기들은 친구하자며 뛰어 오른다.

이 작가의 그림에는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는 논리가 숨어있다. 개구리는 아라비아의 양탄자 같은 연잎이 있어서 날개가 없어도 날 수 있고, 아이는 겉옷 주머니에 연필과 종이를 넣어두었기에 구름을 그릴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그림이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꼼꼼하게 보면 이야기의 구성에 빈틈이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 그림책으로는 '수염 할아버지'가 있다. 할아버지는 풍성하고 긴 수염을 그림 그릴 때는 붓으로, 청소할 땐 빗자루로 사용하고, 다친 새에게는 둥지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간간이 들어간 '이런' '옳지!' 같은 말은 지나친 친절이 아닌가 싶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읽힐 때에는 처음부터 그림 한 컷 한 컷에 집중하지 말고 여러 번 끝까지 훑어본 후에 이야기를 꾸며내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한 그림에 대한 설명은 할 수 있어도 전체적으로 흐름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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