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소설가로 데뷔했다. 첫 작품으로 '호박벌 집'을 펴냈다. 11일 나온 이 책은 1775년부터 1984년까지 미국 남부에서 벌어진 독립전쟁을 배경으로 쓴 역사소설이라고 한다. 79세 고령의 그가 7년간 공을 들여 썼다고 한다. 이 책에 앞서 종교서, 수필집, 시집 등 17권의 책을 내놨으니, 그는 이미 충분히 주목할 만한 작가다. 이번 주 기자에게 도착한 신간 중에는 그의 유년 시절 회고록 '해 뜨기 전 한 시간'(미다스북스 발행)도 들어있다. 미국에서는 "고향과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는 한 소년이 위대한 지도자로 성장하기까지의 감동적 기록"이라는 호평을 받은 책이다.또 다른 미국 대통령 케네디의 기자 시절 유럽 취재일기인 '대통령이 된 기자'(따뜻한손)도 번역 출간됐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대두할 무렵, 28세의 젊은 기자 케네디의 눈에 비친 유럽과, 청년 케네디의 인간적 면모, 정치철학이 담겨 있는 책이다.
카터와 케네디의 책을 보면서, 새삼 한국 정치인이 쓴 책은 뭐가 있나 생각해 본다. 금방 떠오르는, 그러니까 널리 사랑 받으면서 읽히는 책이 있던가. 전직 대통령마다 정치인으로서 썩 개운치 않게 혹은 어둡게 이미지를 구긴 게 우리의 현대사이다 보니 존경할 만한 전직 대통령도, 그들이 쓴 멋진 저작도 찾기 어렵다. 윈스턴 처칠의 회고록이 논픽션의 걸작으로 두고두고 애독되는 것 같은 외국의 예를 떠올리며 우리에겐 왜 그런 게 없나 하고 초라해지는 건 싫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그런 느낌이 든다.
국내 정치가 환멸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건 벌써 오래, 정치가 세상을 바꿀 것이란 기대는 퇴락한 희망처럼 돼버렸다. 그들이 쓰는 책에 기대를 거는 것은 더욱 허황된 것인지도 모른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 지망생들의 책이 쏟아지곤 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슬슬 그런 책들이 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더러 좋은 책이 있겠지만, 예년의 경험에 비춰보건대 그 책들을 만드느라 베어졌을 나무를 애도하는 게 마땅한 책도 상당수 될 것이다. 나무의 희생이 최소화하기를. 그리고 희망을 확인하는 책을 만날 수 있기를.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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