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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달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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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달라질 거야

입력
2003.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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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허은미 옮김 아이세움 발행·8,000원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은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 독자가 많다. 그는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구성, 사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그림으로 세계적 그림책 작가 반열에 올라있다.

'달라질 거야'는 그의 작품답게 독창적이고 매력적이다.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것을 말하는 그림책 고유의 특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책에 담긴 이야기는 간단하다. 동생의 탄생을 앞둔 아이의 심리를 그렸다. 주인공 소년 조셉은 집에 혼자 있다. 아버지는 병원에 있는 엄마를 데리러 나가면서 말했다. 이제 달라질 거라고. 아빠가 말한 게 무엇일까. 조셉은 궁금하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다소 불안하고 막막하기도 한 조셉의 심리 상태는 집안 사물의 변화로 그려진다. 집안과 마당의 친숙한 사물이 서서히 바뀐다. 식탁의 주전자가 고양이로, 소파는 고릴라로 바뀌고, 벗어둔 슬리퍼에는 새의 날개가 돋고, 욕실의 세면대에는 코와 입이 생긴다. 마당에 나가 축구공을 찼더니 공은 날아가며 알로 바뀌고 알이 깨지면서 새가 날아간다.

심심해서 자전거를 타려니까 자전거 앞바퀴는 둥글고 빨간 사과로 보인다. 담에 세워둔 빗자루는 코끼리 코로 변해 늘어지고 그 끝에서 고슴도치 한 마리가 기어 나온다. 정말 모든 게 달라지려는 걸까. 조셉의 궁금증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 아빠가 돌아온다. 갓난 아기를 안은 엄마와 함께.

작가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과 함께 책 곳곳에 상징을 숨겨 놨다. 축구공이 알이 되고 알 속에서 새가 나오고, TV 화면 속 새 둥지의 알은 다음 장면에서는 아기새에게 먹이를 주는 어미새로 바뀌고, 슬리퍼에서 돋아난 날개는 욕실 거울에 비친 날아가는 새로 이어진다.

생명 탄생을 암시하는 정교한 장치들이다. 마르셀 뒤샹이나 르네 마그리트, 고흐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그림 속에 슬며시 유머를 끼워넣는 재치도 발휘하고 있다.

이 책은 정교하고 기이한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림 속 숨은 그림의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려면 꼼꼼히 봐야 하지만, 몇 번을 되풀이해 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만큼 이 그림책의 흡인력은 특별하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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