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2미래의 돌연변이 인간을 전면에 내세운 SF 액션 영화. 화려한 비주얼과 다양한 개성의 주인공들이 내뿜는 액션 내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963년 마블 코믹스의 만화에 젖줄을 대고 있는 주인공들은 손가락 하나로 불길을 만들고 얼음을 얼리는 신기의 소유자. 외톨이 이방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따돌림 받는 이를 다시 보게 한다는 면에서 깊이도 나름껏 갖췄다.
특출한 능력을 갖춘 돌연변이 인간과 그들을 시기하고 없애려는 인간과의 갈등을 그렸다. 돌연변이 인간이 백악관에 잠입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면서 돌연변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돌연변이 인간 격리 법안 지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윌리엄 스트라이커(브라이언 콕스) 대령은 대통령에게 사비에 박사의 초능력 학교를 무력화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반지의 제왕’에서 위엄 있는 연기를 보였던 이언 맥켈런(매그니토)과 ‘스타트렉’ 시리즈로 유명한 패트릭 스튜어트(사비에)의 자존심 대결, 스트라이커 대령의 특수부대와 사비에 박사 팀의 대결, 매그니토의 탈옥 장면 등이 빼어나다. 그러나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관객의 허를 찔렀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휴 잭맨, 할리 베리 등 여러 스타의 개성을 조화시키는데 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그의 전매특허인 놀라운 반전도 없다. 12세가.
/이종도기자ecri@hk.co.kr
블레이드
‘슈퍼맨’과 ‘원더우먼’은 특별한 능력을 ‘지구를 지키는 데’ 활용한다. ‘나는 왜 레슬링복에 망토를 걸치고 날아 다녀야 하는가’ ‘나는 왜 하루에 한 번씩 수영복을 입어야 하나’같은 고민은 없다. 반면 ‘엑스맨’ ‘헐크’ ‘스파이더맨’ ‘데어데블’ 같은 만화의 주인공은 모두 초능력 혹은 유전적 변이라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갖게 된 ‘슈퍼 파워’를 늘 감당하기 힘들어 한다.
‘슈퍼맨’ ‘원더우먼’등 낙천적 영웅이 DC 코믹스의 특성이라면, 마블 코믹스의 주인공은 한결같이 우울한 영웅이다. 마블 코믹스의 영웅과 그들의 영웅담은 때문에 미국의 정치적 보수화, 유혈인종에 대해 갖는 배타성 등에 대한 경계심과 조롱이라는 다양한 정치적 의미로 해석돼왔다.
인간과 흡혈귀의 혼혈아인 ‘블레이드’(Blade)는 자신의 반쪽인 흡혈귀를 처치하는 ‘흡혈귀 터미네이터’다. 자신의 몸 속에 흐르는 피의 속성을 알기 때문에 그 속성을 흡혈귀를 처치하는 데 활용하므로, 캐릭터의 비극성으로 치자면 마블 코믹스의 영웅 중 가장 비극적이다.
그러나 최근 ‘젠틀맨 리그’를 선보인 바 있는 영국 감독 스티븐 노링턴은 1998년 웨슬리 스나입스를 주연으로 기용, 홍콩식 액션으로 무장한 SF 영화를 만들었다. 뱀파이어 제국을 만들려는 프로스트 일당과의 대결을 그리는 데 치중해 ‘엑스맨’ ‘헐크’ 가 주었던 지적인 사유의 공간을 만들지 못한 게 흠이다. 18세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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