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은 사방이 우러러 보는 곳이다. 장엄하게 지어 위엄을 보이고, 이름을 아름답게 붙여 보고 듣는 자를 감동하게 해야 한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1342∼1398)의 말이다. '새 나라 조선의 만년을 이어갈 임금님들이 모두 큰 복을 받으시라'는 뜻에서 그가 이름 붙인 조선의 정궁(正宮) 경복궁(景福宮)이 되살아 나고 있다. 1395년 태조 이성계가 북악산 아래 15만평의 땅에 자리를 잡은 후 수 차례 불타고, 헐리는 비운을 겪은 전각들이 고종 당시의 중건 이후 100여년 만에 하나씩 복원되고 있다. 경복궁의 상징이며 현존 최대 목조건축물인 근정전(勤政殿·국보 제223호)의 14일 보수준공식를 계기로 경복궁 복원사업(1990∼2009)을 중간 점검한다.1,789억 투입 대역사 50%공정 마쳐
문화재청이 20년 계획으로 펼치고 있는 경복궁 복원정비사업은 총 1,789억원을 투입, 권역별로 5단계에 걸쳐 129개동(6,207평)을 다듬는 대역사(大役事)이다. 고종 당시 남아 있었던 330여개동(1만 5,000여평)에 비하면 40% 규모이다. 현재 복원사업은 근정전 준공으로 50% 공정을 마쳤다. 지금까지 왕과 왕비의 침소인 침전권역, 왕세자와 왕세자비가 기거한 동궁 권역, 흥례문 권역 복원을 마쳐 5단계 사업의 3단계까지가 마무리됐다. 현재는 어진 봉안 및 제사를 지내는 태원전 권역의 4단계 공사(2004년 완료)에 들어가 있으며 마지막 단계인 광화문 및 기타 권역(2009년 완료) 공사를 남겨 두고 있다.
총독부 건물 철거 흥례문 복원
그 동안 가장 큰 난관은 조선 총독부 건물 철거와 흥례문 복원이었다. '치욕의 역사'도 역사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에 변형·훼손된 궁궐을 원형대로 살려 민족정기를 회복해야 한다는 여론의 대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 건물은 광복 50주년인 1995년 첨탑이 제거되면서 이듬해 완전 철거됐고, 그 자리에는 지난해 흥례문이 들어섰다.
하지만 경복궁 복원이 완성되기까지는 광화문 및 기타 권역 복원이라는 큰 관문이 남아 있다. 문화재청은 기존 콘크리트 광화문을 철거하고 본래의 위치에 목조건물로 다시 짓고, 서십자각과 남측 외곽담장을 복원할 예정이지만 광화문 일대의 교통 환경 및 청와대 주변 도시계획과 맞물려 있어 쉽지 않다. 문화재청은 광화문을 세종로쪽으로 14.5m 옮기는 등의 복원계획에 따른 교통대책을 마련한 후 6월부터 서울시와 협의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 또 동북측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철거·이전 문제도 쉽지 않다.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 근처로의 이전이 추진되고 있지만 대체 부지와 예산 확보가 수월치 않다. 문화재청의 장기복원계획안(2006∼2025년)에 따르면 민속박물관이 철거되면 주차장·국립중앙박물관 자리와 마찬가지로 이 자리에 있던 과거의 전각을 복원할 방침이다.
관광자원 활용 프로그램 개발이 과제
전체 경복궁 복원계획과 관련,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서울의 구조에 맞춰 지은 경복궁을 단순히 복원하기보다는 시민의 입장에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재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궁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100여년 만의 공사인 만큼 중요한 건물 복원과정에서 전통공법을 연구·발전시켜야 하고, 그 과정에서 공개설명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앞으로의 전각복원 장기계획에는 안정적 목재 조달을 위한 육림장 조성도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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