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29 종합대책을 발표한 후에 주택시장의 거래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연내 주택거래 신고제 도입과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시키는 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시행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라고 한다. 신고 대상 주택과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하게 되겠지만, 시가표준액이 실거래가로 전환되면 취득세, 등록세 부담이 2∼5배 정도로 늘어나 조세부담에 따른 저항이 예상된다.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의 농간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탓도 있다. 보유세나 거래세 등 세금제도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생각이나, 강남과 특정지역의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한 공급정책 등은 일시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없는지, 또는 제도적 문제점은 없는지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부동산 정책방향의 설정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종합적인 제도의 도입 및 법개정에 유사 부처간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 취득세, 등록세는 검인계약서상의 신고가액을 근거로 부과하고 있으며, 부동산 유통시장에서 사용되는 매매계약서는 이중계약서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합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와 법무사의 단일화된 계약서가 사용되어야 하며, 우선 중개업자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매도자와 매수자의 협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부동산 거래관행에 비추어 본 제도적인 문제점은, 거래단계에서의 안전장치 결여와 이로 인한 투명성의 저하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부동산중개업법에 부분적으로 도입된 에스크로(Escrow) 제도를 시급히 정착 시키는 것이다. 에스크로 제도란 미국 서부지역에서 발달한 제도로, 중립적인 제3자 또는 기관이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금전과 서류를 보관하여 거래의 안전성을 보장해주고, 거래의 종결까지 세부적인 업무를 도맡아 처리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거래의 투명성과 신속성을 확보하는 제도이다.
부동산 금융대책 중에는 투기지역 내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을 50%에서 40%로 하향 조정한다고 되어있다. 대출을 줄이면 서민의 주택마련 기회는 줄어들 수 있으므로, 비율을 하향 조정하는 것보다 투기지역 내에는 1가구 주택담보를 1대출의 원칙으로 하여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적합하도록 엄격하게 실시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주택 취득 시에는 기존 담보대출을 상환하는 경우에만 신규대출을 해준다면 가계부채가 줄어들 것이다.
정부는 강남의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이 다른 지역에까지 확대되어 규제되고 있는지 주의 깊게 검토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종합전산망의 구축은 바람직하지만, 실제 거래를 담당하고 있는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나 폭락은 모두 국민경제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안정된 부동산 가격형성이 필요하며, 정부는 이를 위해 근본적인 부동산 로드맵을 먼저 작성·보완해야 한다. 아울러, 폭 넓은 전문가들의 의견수렴과 공청회를 통해 주택법 개정과 그 외 세법 및 부동산중개업법 개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 성 근 경희대 교수 부동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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