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남문전경. 남한산성 4대문 중 가장 조형미가 빼어나고 규모도 크다. 병조호란때 인조임금은 이 문을 통해 성으로 피신을 했으나 청나라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서문으로 걸어 나가 항복했다.남한산성(사적 57호) 만큼 아픈 역사를 지닌 곳도 드물다. 1637년 병자호란때 인조임금이 이 곳에 피신했다가 청나라에 항복, 아홉번이나 맨 땅에 머리를 아리는 '삼전도의 치욕'을 겪었다. 삼전도는 지금의 서울 송파구 삼전동이다.
조선 후기에는 천주교인들의 백해터로 이용됐는가 하면, 현대에는 한동안 군교도소가 위치, 왠지 모를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고난의 과거는 풍부한 역사와 전통을 만드는 받침돌이다. 그래서 남한산성은 예사롭지 않다. 험하지 않은 산능성을 따라 걷는 트레킹을 하다 보면 저절로 역사공부가 된다. 최적의 답사여행코스이다.
출발 및 준비
남한산성은 해발 483m의 청량산 능선을 따라 나있다. 기본적으로 등산복과 등산화를 갖추는 것이 좋다. 역사 유적지들이 많으니 답사전에 한번쯤 남한산성에 대해 공부를 한다면 보다 의미있는 시간이 된다. 남한산성 공식홈페이지(www.namhansansung.or.kr)에도 다양한 정보가 나와 있다.
오전은 등산, 오후는 답사로 나눠 일정을 짜면 좋다. 동문으로 오려면 서울에서 천호대교-길동-황산삼거리를 지나 하남사로 들어온 뒤 광지원을 거치거나 중부고속도로 경안IC에서 광지원-동문으로 와도 된다. 남문은 잠실-성남 복정사거리-약진로를 거쳐 산성터널을 지난다. 성남을 거쳐 남문으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더 많지만 행정구역은 경기 광주시 중부면에 속한다. 남한산성 관리사무소(031-743-6610).
산성일주시작 - 9:00 동문에서 출발 3시간이면 가능
전체적인 여행 동선을 고려해 볼때 동문(좌익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성곽둘레는 9㎞, 외성을 합치면 11.76㎞ 가량이다. 3시간~3시간 30분 정도면 일주가 가능하다. 성문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가면 암문이 나온다. 일종의 비밀 문으로 병기, 식량운반 및 기습·역습을 펼칠 때 사용됐다. 남한산성에는 이런 암문이 16개가 남아있다. 동장대터앞에서 또 다른 암문을 통해 벌봉(515m)까지 간다. 산성 등산로 중에는 가장 높은 곳이지만 그다지 험하지는 않다.
다시 돌아와 북문으로 향한다.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동장대까지 오면 1시간 정도 걸린다. 북문에서 북장대터를 지나 서문앞까지는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이다. 오른쪽으로 송파, 잠실 등 서울지역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남시와 멀리 남양주도 보인다.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정경이다.
서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면 연주봉옹성까지 길이 나있다. 20분이면 왕복할 수 있다. 다시 서문으로 나와 사실사의 남한산성의 정상(외성인 벌봉 제외)인 수어장대로 향한다. 동문에서 시작 2시간 가량 소요된다. 성곽을 따라 멀리 적군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높은 기둥위에 대들보와 동자기둥이 시원하게 받치고 있어 조형미가 빼어나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1호다.
이 일대에서 바라보면 인근 성남지역 전경은 물론 서울, 김포까지 훤히 보인다. 수어장대 아래에는 산성축조의 공로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청량당(경기도 유형문화재 3호)이 서있다. 수어장대에서 영춘정을 지나 소나무숲길이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산책로를 거치면 동문과 함께 남한산성을 대표하는 남문(자화문)이 나온다. 여기서 3개의 남옹성을 따라 걷다 보면 시작점인 동문과 만난다.
점심
남한산성에는 성곽내에만 86개의 음식점이 있다. 원래 이곳에서는 닭, 오리 등을 기르는 집이 많았던 터라 이를 재료로 한 음식점이 지금도 많다. 닭볶음탕, 닭백숙 등의 2~3인분 가격이 3만~3만5,000원선으로 비싸지 않다. 파전, 도토리묵 6,000원.
● 성곽내 주요 음식점
금수강산 031-743-6595
완도집 031-746-7127
백련회관 031-741-2993
신성별궁 031-748-6590
남한산성역사관 - 13 : 30 맛난 닭백숙 점심·성곽내 역사 공부
점심을 느긋하게 즐기고 나서 이제는 편한 여행을 한다. 산성내 다양한 유적지를 찾아나서기 전에 관리사무소 앞에 있는 남한산성역사관에 들러 간단한 예습을 한다. 산성과 관련된 많은 자료들이 보관돼있다.
현철사(경기도 유형문화재 4호) - 14 : 00 강직한 선비정신 상징… 삼각사들 위패 모신 곳
병자호란당시 청나라와 화친하기보다 죽음으로 맞서자고 주장한 오달제, 윤집, 홍익한 등 이른바 삼학사들의 위패를 모셔놓았다. 강직하고 꺾이지 않는 절개를 지닌 조선선비의 강인한 정신을 상징하는 곳이다. 사당앞에 흐드러지게 핀 단풍이 떨어지는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침괘정(경기도 유형문화재 5호) - 15 : 00 무기제작소, 은행나무 낭만적
원래는 창(戈)을 베게(沈) 삼는다는 뜻으로 침과정이었으나, 현재는 침괘정으로 불리고 있다. 무기제작소로 사용되던 곳이다. 앞뜰의 은행나무와 어우러짐이 독특해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행궁(경기 기념물 164호) - 16 : 00 임금 행차 집무실 '대장금' 촬영중
임금이 행차했을 때 집무를 보던 곳이다. 남한행궁 또는 광주행궁으로 불렸으나 거의 쓰이지 않아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 소실됐다. 지난 해 상궐(上闕)이 복원됐고, 지금도 하궐을 비롯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주위가 어수선하지만 관람은 가능하다. 사극 '대장금'과 '왕의 여자' 등이 이 곳에서 촹영되고 있어 운이 좋으면 주인공들을 만날 수도 있다.
숭열전(경기도 유형문화재 2호) - 17 : 00 수북이 쌓인 낙염, 가을 정취 물씬
백제의 시조 온조왕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남한산성이 온조왕시절 토성으로 처음 축성됐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건축양식인 맞배지붕을 하고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 등 모두 5칸으로 된 아담한 사당이지만 낙엽으로 뒤덮인 주위 정취가 빼어나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남한산성(경기 광주)=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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