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서청원, 강재섭, 김덕룡 의원 등 대표경선에 출마했던 중진들이 12일 조찬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당내에 논란이 일고 있다.서 의원은 13일 "나와 강재섭, 김덕룡 의원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특히 능력이 없는 대통령이 돼 국정운영을 하는 것은 나라의 불행"이라고 내년 17대 총선 전 개헌론을 피력했다.
평소 중·대선거구제를 고리로 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주창했던 홍사덕 총무도 "개헌논의가 활성화할 것"이라며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라며 호응했다.
그러나 개헌론은 당장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최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그런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 개헌을 입에 담는 것은 정치개혁과 동떨어진 정략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제동을 걸었다. 윤여준 여의도연구소장은 "최 대표는 총선 전 개헌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중요한 것은 국회에 개헌 선이 확보돼 있다는 게 아니라 국민 여론"이라며 반대했다. 최 대표의 다른 측근은 "대선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하거나, 17대 총선에서 입지축소를 우려한 일부 중진의 국면전환 카드"라고 일축했다. 또 이재오 사무총장은 "149명 소속 의원 중 몇 명의 의견에 불과하다"고 냉소했다. 강재섭 의원도 "개헌을 밀고 나가자는 합의 같은 것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개헌론의 파장은 곧바로 다른 당으로 번져나갔다.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장은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범죄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적 행동"이라며 "우리는 총선 전 개헌을 상상조차 할 수 없으며, 얼굴 두꺼운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장영달 의원은 "군사정권에 뿌리를 둔 한나라당의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반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은 한나라당내 개헌론의 진의를 궁금해 하면서도 "개헌 논의가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두둔했다. 박상천 대표는 "중진 몇 명이 얘기한 것이라 무어라 말하기 어렵다"며 "한나라당이 개헌을 공식 결정하면 대응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정균환 총무는 "오늘의 절대적 대통령제가 국정혼란을 만들어 냈다"며 "부패 없고 안정된 국정을 위해서도 권력을 분산시키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반색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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