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1,000명 시대, 연수원 일산 시대를 맞아 사법연수원생들의 로맨스도 달라지고 있다.여자가 몸과 마음을 받쳐 힘들게 뒷바라지했더니 남자가 고시에 합격한 이후 여자를 배신하고 '마담 뚜'를 통해 부자집 딸과 결혼한다는 통속적 스토리. 드라마에서 수도 없이 봐와 대사도 외울 정도다.
연수생들은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라고 입을 모은다. 여자가 합격한 후에 남자를 차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한다. 여자 합격생이 연수생의 30% 가까이 차지하면서 빚어진 새 현상이다. 또 2차 시험을 본 후 최종합격자가 발표되기 전에 결혼하는 커플도 많다. 한 연수원생은 "남자나 여자 모두 시험결과라는 시험대에 오르기 전에 매듭을 짓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연수원 일산시대를 요약하는 말은 '연수생커플 시대'다. 연수생 커플인 34기 강모(24) 씨는 "60명 정원의 한 반에 반 커플이 4명까지 있는 곳도 있다"며 "같은 기수끼리 외에도 윗 기수와 맺어지는 경우도 많아 연수원 커플이 거의 100쌍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수원이 일산으로 옮겨오면서 도심과 외떨어진 분위기인데다 공부량도 증가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연수생들끼리 얼굴을 맞대며 보내기 때문에 빚어진 '자연 조화'라는 것이다. 여자 연수생이 증가한 것도 연수생 커플 열풍에 불을 지핀 데 큰 몫을 차지했다.
고시 합격 전의 애인과 헤어지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공부에 쫓기느라 애인과 만날 시간은 거의 없고 항상 부대끼는 사람들은 같은 연수원생들이라는 것. 자연스럽게 옛 애인과 트러블이 생기게 된다고 말한다. 고시 공부하던 시절에 고시 합격한 여자친구에게 차인 적이 있다는 34기 김모(29)씨는 "당시에는 오기가 생겼는데 합격해 보니 그 때 그 친구 마음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수원생들에게 마담 뚜의 유혹은 여전하다. 마담 뚜로부터 서너차례 전화를 받았다는 강모씨는 "애인이 있다고 했는데도, 별 게 있느냐, 잘 될 것 같냐 식으로 말해와 기분을 잡쳤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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