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요리가 11월 들어 제철을 만났다. 여름 산란을 마친 게들의 속살이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 오른다. 그래서 그런지 게요리 전문점의 수족관에 있는 게들의 움직임도 더 활기차 보인다.어떤 게를 골라 먹을까? 사람얼굴보다 더 커보이는 게 종류는 크게 세가지다. 킹크랩으로도 불리는 왕게와 대게, 그리고 털이 보송보송한 털게까지. 모양과 씹는 질감이 제각각이고 맛 또한 색다르다.
최근 여기에 합류한 것이 상하이 민물참게. 이 게는 황제가 즐겼던 진상품으로 알려져 세계의 미식가들이 해마다 시즌이 되면 중국 상하이로 몰려들 정도다.
게 요리로는 어떤 것이 좋을까? 찌거나 끓이거나 굽거나, 혹은 간장에 졸여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알고보면 요리도 무궁무진하다. 게살 사시미, 게살 수프, 게살 스테이크, 게살 구이, 게살 샤브샤브, 게다리 튀김, 게 초밥 등…. 게요리 전문점 ‘유빙’의 김성수 사장은 “게요리만 200여가지가 넘는다”고 말한다.
맛도 맛이지만 게 요리는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다. 미네랄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로리와 지방은 낮다. 타우린과 껍질에 함유된 키토산은 콜레스테롤도 낮춰 준다. 알에 다량 함유된 핵산은 세포를 활성화시켜 노화를 방지해 주는 효과도 있다. 입맛을 돋우고 건강에도 보탬이 되는 게 요리 여행을 떠나보자.
상하이 민물참게-감칠맛과 은은한 향
상하이 인근 청정호수 양청호에서만 나는 민물참게. 크기는 손바닥만 하지만 특유의 감칠맛과 은은한 향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옛 중추절에 손님을 대접할 때 내놓았던 귀한 요리로 지금도 국빈 방문시 중국 영빈관(조어대) 식탁에 올려진다. 다 맛있지만 게를 푹 쪄서 생강 조각을 넣은 초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최고다. 황금빛 알이 꽉 찬 암게가 특히 맛이 좋다.
그간 국내에서는 특급호텔에서만 주로 선보였지만 올해부터는 일반 중식당에서도 선보인다. 논현역 인근에 들어선 상하이 요리 전문점 와이탄(02-546-2140)이 이달부터 찜 한 마리당 1만8,000원에 내놓고 있다.
롯데호텔서울 중식당 도림(02-317-7101)은 암게만을 현지에서 공수, 약간의 소금을 쳐서 스팀식으로 쪄서 제공한다. 37층 고층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보며 중국 명주인 소흥주를 들이키며 함께 먹는 게 맛이 일품이다.
쉐라톤워커힐 중식당 금룡(02-450-4512)에서도 11월 한달간 상하이 게요리를 포함한 세트메뉴와 일품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하얏트호텔 중식당 산수(02-799-8163)는 상하이 암게찜, 암게와 상어지느러미 수프, 암게알 새우볶음, 암게버섯볶음 등으로 구성된 상하이 참게 특선세트메뉴를 제공한다.
킹크랩(대게)-쫄깃쫄깃한 맛
알래스카 및 오츠크해 연안 등의 청정해역에서 서식하는 자연산 게. 씹을 때 살점이 혀끝에 쫄깃쫄깃하게 와 닿는다. 다른 게에 비해 특히 다리 살이 통통한 편이다. 향내가 달고 약간 질긴 듯 씹는 질감이 색다르다.
대게-부드럽게 녹아드는 맛
크다고 대게가 아니다. 다리의 모양이나 색깔이 마른 대나무와 비슷하다고 대게라 불린다. 다리가 특히 길다. 동해 앞바다의 바닷속 섬인 왕돌잠 무화잠 신바위 등에 많이 서식하는 자연산 게. 삶으면 얇은 다리껍질이 손으로 까질 만큼 부드러워진다. 살을 발라 먹으면 녹는 듯 부드럽게 씹힌다. 필수 아미노산도 풍부히 들어 있는 고급 식재료다.
털게-고소한 맛
한국털게로 불릴 만큼 우리나라 동해안이 주요 생산지다. 일본해 베링해 알라스카 등지의 청정해역에서도 많이 잡힌다. 몸전체에 걸쳐 털이 나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 대게 보다 몸통은 크고 다리가 짧다. 표면의 털이 아름다워 게 가운데 최고 식재료로 꼽힌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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