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어머니가 장독에서 꺼내와 끓여 주던 된장찌개!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으면 한 숟갈 떠 먹을 때의 그 구수했던 기억….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된장전문점 ‘된장예술과 술’은 옛날의 그 시골 된장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7년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상호가 ‘된장명가’였는데 맛을 보고 나가는 손님들이 “된장 맛 예술이네!”란 말을 워낙 많이 한다고 이름을 하나 더 붙이게 됐다.
이 집 된장 맛의 진수는 된장 비빔밥. 주문하면 따라 나오는 그릇이 여럿 된다. 까만 뚝배기에 끓여 나오는 진한 갈색 빛깔의 된장, 바닥에 밥이 얇게 깔리도록 담아 놓은 커다란 대접, 잘게 썬 부추와 치커리를 얹어 놓은 작은 소쿠리. 밥에 야채와 된장을 섞어 비벼 먹으면 구수하고 옆에 놓인 북어 국물까지 들이키면 시원하다.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냥 우리 나라 땅에서 나는 것만 쓰지요. 수입품은 연료하고 전기 뿐입니다.” 주인 정명남(52)씨는 “된장 맛을 내기위해 특별히 감미를 한다거나 기술이 들어가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공개한다. 그저 자신이 어렸을 때 먹고 자랐던 그 방법, 그 재료 그대로 한다는 것 뿐.
그의 말 그대로 된장을 담그는 데 특별한 비법은 없다. 콩을 삶아 메주를 쑤고 말려서 발효시킨 뒤 숙성시킨다. 한 가지 커다란 차이가 있는데 된장을 소금물에 담궈 간장을 빼내지 않고 고대로 숙성시킨다는 것. 영양분이 간장으로 빠지지 않고 삭혀 더 맛이 진하다. 당연히 단백질 등 영양분도 더 남아 있게 된다.
이렇게 담그는 된장만 1년에 항아리 10여개. 청소할 때면 주인 정씨가 항아리 안에 들어가 닦을 정도로 크다. 서울 금천구 시흥의 본가에서 된장을 담그고 여기 지하실에서 발효시킨다.
미리 끓여 놓은 멸치와 코다리 육수에 이 된장을 풀고 두부를 넣은 뒤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날 때쯤 풋고추 쪽파 고춧가루를 얹어 주면 된장국이 완성된다. 북어를 들기름에 충분히 볶은 뒤 적당히 계란을 풀어 끓인 북어국 또한 별미. 깻잎 호박전 소고기장조림 무김치 도라지 고사리 가지 취나물 무나물 등 매일 매일 바뀌는 반찬들에서도 시골집 같은 정성이 묻어난다. 인사동에서 역시 된장비빕밥으로 유명한 툇마루의 주인이 주인 박준식씨가 정씨의 처남이다.
메뉴와 가격 된장비빔밥 5,000원. 간장게장밥이 생각외로 싼 편이다 9,000원. 막걸리 한잔 들이키며 먹기 좋은 녹두전 9,000원, 김치전 8,000원. 부추전 7,000원, 암퇘지볶음 1만5,000원, 오징어 불고기 1만2,000원.
영업시간 및 휴일 매일 밤 11시까지. 개업 이후 지금까지 쉬어 본 날이 없다.
규모 및 주차 1층에 테이블 6개, 2층은 10개. 종로에 주차할 수 있는 식당은 거의 없다.
찾아가는 길 종로3가 파고다어학원 건너편 종로2가 골목 안으로 100m.
연락처 (02)733_4516, 툇마루 (02)739-5683
/글 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