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12일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 차량 폭탄 테러로 군 장병과 경찰 18명이 사망하자 철수 논란이 들끓었다.전쟁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고 이라크에서 주둔 중인 외국군으로서는 처음으로 초대형 인명 손실을 입었기에 국내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이를 데 없는 사안이 되고 말았다. 이 사태에 대한 이탈리아의 반응은 파병을 준비 중인 한국에도 적지 않은 관심 사항이 됐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일단 계속 주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이날 긴급 소집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우리 군은 인도주의 정신과 용기로써 이라크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 왔다"며 "그 무엇도 이라크 재건을 도우려는 이탈리아의 의지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권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바로 철군을 외치고 나섰다. 녹색당 지도자 알폰소 스카니오는 "(위험국가의 선제공격을 막겠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예방 전쟁'을 위해 수천명의 젊은이의 목숨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비도덕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도 좌파 '올리브나무 동맹' 지도자 프란체스코 루텔리도 "곧 이탈리아 군의 주둔 목적을 재고하고 유엔평화유지군으로 대체할 필요성 등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철군론에 가세했다.
정치전문지 리메스의 편집장 루치오 카라치올로는 "현재 이라크에서 평화유지 임무와 전투의 구분이 얼마나 모호한가를 이번 테러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며 "정부가 내세운 인도적 목적이라는 파병 명분은 허구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각 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유족들께 깊은 조의를 보낸다"며 "테러에 굴복하지 않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굳건한 지도력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부터 이라크전에 반대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저항세력의 공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조의를 표했다.
한편 포르투갈은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경찰 128명을 당초 계획대로 13일 나시리야에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은 이탈리아 군에 대한 공격이 발생한 지 몇 시간 후 수도 바그다드에서 대대적인 게릴라 소탕 작전에 나서 이들이 사용하던 건물을 파괴하고 박격포를 발사한 용의자 2명을 사살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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