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75·사진) 이스라엘 총리가 곤경에 처했다.우선 그가 2001년 3월 총리 취임 이후 주도해 온 대 팔레스타인 강경 노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인의 안전을 위해서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을 섬멸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에 따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공격을 퍼부었지만 이스라엘이 더 안전해졌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2000년 9월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무장봉기)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2,500여명의 팔레스타인인과 함께 이스라엘인도 900명이나 숨졌다.
이스라엘 일간 마리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1만이 샤론 총리의 정책 수행을 지지했다.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그를 찍겠다는 대답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의 대 팔레스타인 강경 정책에 대한 공개 비난은 반 샤론 진영의 득세를 실감케 한다. 이달 초 고(故) 이츠하크 라빈 전 총리의 8주기 행사에서 좌파 및 진보 인사 등 10만명의 참가자들은 공공연히 '팔레스타인 점령지 철수'와 '샤론 퇴진'을 주장했다.
리쿠드당 내 샤론의 고위 측근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안보와 관련, 샤론 총리가 국민들이 원하는 정도를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의 반감을 인정했다. 30년간 샤론 총리의 정치 생명을 지켜 온 불도저식 밀어붙이기가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서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점도 샤론 총리에게 부담이다. 재정적자의 주원인은 2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보안장벽 건설 비용이다.
샤론 총리는 또 아들과 관련한 부패 스캔들로 현직 총리로는 3번째로 경찰 조사를 받아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이를 샤론 정권의 붕괴 위기로 섣불리 진단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현재 이스라엘에서 그를 당할 만한 정치인을 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의 분위기는 샤론 등 매파의 강경 노선이 수그러드는 분기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12일 아흐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내각 출범에 맞춰 "10일 내에 샤론 총리와 쿠레이 총리의 평화 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는 등 태도 변화를 시사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14세에 군에 입대한 샤론은 48년 독립전쟁을 비롯, 3차 중동전쟁, 욤 키푸르 전쟁 등에서 수많은 전과를 올린 뒤 73년 전역한 역전의 용사이다. 81년 국방장관에 취임했으나 83년 팔레스타인 난민촌 학살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돼 사임한 그는 그동안 정치가로서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에 대해 강력히 대응을 하면서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주도, 이스라엘의 지도를 바꾼 인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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