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혁명을 통해 교단의 내실을 다져 가겠습니다."원불교 88년 사상 첫 여성 교정원장에 오른 이혜정(李慧定·66·사진) 교무가 9일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교정원장은 불교 조계종의 총무원장에 해당하는 원불교의 제2인자이다. 이 신임 교정원장은 13일 오전 전북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올라와 서울 종로 교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불교에 성의 구별은 있지만 차별은 없다, 열심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여성 교역자가 처음으로 교정원장이 된 데 대해 다른 종교나 사회에서 관심이 많지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이 원장은 "원불교는 교리상으로나 제도상으로 남녀 평등이 이루어져 있으며 일을 해나가는 데는 능력이 문제지 성별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여자 교무도 거름통 지고 남자 교무도 바느질을 했던 어려운 시절부터 교무 생활을 오랫동안 한 탓인지 그는 남녀의 구별을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은 듯했다.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업무 방향에 대해 이 원장은 먼저 "모든 종교의 원리나 인류의 진로, 목적이 하나라는 '삼동윤리(三同倫理)'정신으로 종교간 문제와 남북문제 등을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교단의 발전을 위해 교화와 수행력 강화, 사회복지활동 등을 통해 실력을 기름으로써 내실을 다지는데 중점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교리공부 등 수행풍토 진작과 청소년문화센터, 복지센터 운영 등 사회기여활동 간의 균형을 맞추고, '열린 교정(敎政), 화합하는 교정, 활력 있는 교정'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원불교인들의 마음을 혁신하는 일에 주력하는 것이 내실을 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앙과 수행을 통해 과거의 마음을 새로운 마음으로, 미운 마음을 아름다운 마음으로, 어두운 마음을 밝은 마음으로, 어리석은 마음을 현명한 마음으로 바꾸는 마음 혁명이 중요합니다." 원불교 내에서는 이 교무의 '화통한 기운'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있다. 여성 교무들의 모임인 여자정화단 단장, 서울 동부교구장, 교화부원장 등의 요직을 거치며 남녀 교역자들로부터 신망이 높다.
그는 군종 교무 파견 등의 사안에서 일부 거대 종교가 교세가 약한 원불교를 소외시키려는 움직임도 없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화합의 차원에서 잘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또 원불교 성지인 전남 영광에 핵 폐기장을 설치하려 했던 움직임 등에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웃음으로 대신했다.
출가 동기를 묻자 "고교 졸업 때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한 친구의 말에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한 가정에 매이지 않고 큰 살림을 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는 원불교가 '불교인가 민족종교인가' 라는 질문에 "넓은 의미에서는 불교이지만 현 시대에 맞게 혁신한 '새 불교'"라고 말했다. 이 신임원장은 1959년 출가해 63년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남부민, 정릉, 순천, 종로교당 등에서 교무로 일했다. 94년 교화부원장과 최고의결기관을 구성하는 수위단원으로 선출됐고 2001년 여자정화단 단장을 지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