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수사가 여야 정당과 기업들을 상대로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검찰은 최근 대선자금 배달창구 역할을 한 각 기업의 임원급 간부 1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뒤 잇따라 소환 조사하고 있다. 돈을 직접 정치권에 건넨 당사자인 이들 임원은 각 기업의 정치자금 내역을 가장 소상하게 말해줄 수 있는 인물들이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공식·비공식 후원금의 전체 규모 및 전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대선자금 제공을 직접 요구하고 돈을 받아간 정치권의 상대 창구가 누구인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정치권에서 누가 발벗고 모금에 나섰느냐 여부는 향후 불법 정치자금 거래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
검찰은 또 5대 그룹의 공식 후원금 액수가 기업별로 편차가 너무 크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을 조사하고 있다. 5대 그룹이 민주당에 낸 공식 대선 후원금은 SK 25억원, LG 20억원인데 반해 재계 1위의 삼성은 현대자동차와 같은 10억원이다. 2002년 한해 동안 한나라당에 건네진 후원금의 경우 LG가 30억원, 삼성이 20억원을 냈는데 현대차는 불과 3억원만 준 것으로 돼있다. 때문에 검찰은 최근 전경련측에 소속 회원사의 회비납부 내역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회비는 재계 순위별로 차이가 나는데 이 순서가 곧 기업별 정치자금 규모와 정비례한다는 것이 정·재계의 일반화한 상식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000년 총선 때 삼성과 LG SK 등 3대 그룹은 서로 짠 듯 비슷한 규모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며 "공식 후원금 편차가 큰 것은 그만큼 비공식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임원은 비공식 자금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 대한 수사는 좀 더 진척이 있어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을 조사한 뒤 "이 의원이 후원금 입금관련 자료를 충분히 갖고 왔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자료협조 요청에 "후원금 내역을 공개하면 누가 야당에 돈을 내겠는가"라며 거부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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