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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포용"이 북한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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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포용"이 북한을 바꾼다

입력
200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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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2차 6자회담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는 이와 사뭇 다르다. 황장엽씨가 미국을 방문해서 김정일에게 속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는 한편 그를 초청한 미국 내 보수진영은 북한 정권 교체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북미간 제네바 합의의 마지막 보루였던 경수로 건설공사는 이제 공식적으로 중단이 선언되었고 부시 대통령의 북한정권에 대한 악감정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최근 미국을 방문한 필자의 느낌으로는 미국인뿐 아니라 현지교포들 역시 김정일 체제에 대한 적개심과 대북 압박수단의 유용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통일문제 간담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교포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기정사실로 인식하고 있고 교포목사들은 북한정권의 붕괴를 매일 기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기본 전제는, 김정일 정권은 지금 당장 붕괴시키거나 교체해야 하는 '악의 축'인 것이다. 이들의 이른바 '북한 민주화론'에 따르면 김정일 정권에 대한 지원이나 협상은 부도덕한 체제의 연장에 기여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권 교체를 위한 봉쇄와 압박이 오히려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북한민주화론은 그 목표에서는 충분한 타당성을 갖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수단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북한체제가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세계적 보편가치를 향해 이행되어야 함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수단으로서 언급되는 대북 강경노선과 압박 및 봉쇄는 오히려 북한의 민주화를 실현하는데 유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대북 강경입장이 북한 민주화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이라크 상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독재체제 내부의 민주화 요구 없이 외부로부터 강제로 주어진 정권교체는 오히려 진정한 민주화를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특히 한반도의 경우 북한 민주화를 위한 군사적 수단의 사용은 그 자체로 전쟁을 배제할 수 없는 끔찍한 재앙이 된다.

남한의 민주화 경험을 반추해봐도 일정한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시민사회의 형성이 기본 전제임을 알 수 있다. 남한의 민주화는 외부의 강압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외부의 압력이 존재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남한에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적대국가들이 아닌 우방국들의 민주화 요구였다.

사실 지금 북한의 핵카드는 자신의 체제보장과 대미 관계 정상화를 얻기 위한 협상수단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북한의 민주화는 압박과 봉쇄가 아닌 포용을 통해 그들 스스로 국제사회에 편입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제공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협상을 통해 북한이 스스로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을 철회하도록 하고 이와 더불어 대규모의 경제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시장경제로의 편입을 유도한다면 종국에 북한 스스로 민주화의 이행조건을 갖게 될 것이다. 지난 해 7·1 조치 이후 북한의 지도부가 이미 시장경제로의 점진적 변화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실질적인 북한민주화는 더디긴 하지만 북한 내부의 점진적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들 스스로 민주화를 요구하고 추동하며, 동시에 이를 이끌어갈 내적 역량과 조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민주화는 불가능하다.

보다 안전하고 유용한 북한민주화는 적개심과 감정을 앞세운 단기적인 대북 압박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을 '포용'하는 것이다. 북한체제의 민주화는 미국과 남한이 그들을 '친절'로 대함으로써 그들의 근본변화를 결과하는 것이어야 하고 이것이야말로 사실은 북한에게 가장 '치명적인 포옹'(fatal hug)이 된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북한민주화를 위해 '트로이의 목마'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 근 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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