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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김선배 현대정보기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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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김선배 현대정보기술 사장

입력
200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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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하면 중공업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동차, 조선, 해운 등 묵직한 사업으로 성공한 그룹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싸우면서 건설하자'는 70년대 구호처럼 허허벌판에 도로를 깔고, 공장을 지어가며 생산라인을 돌려 수출해야 했던 고도성장의 역사가 현대의 사업 구조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런 역사적 유래 때문일까. 우리 산업의 중추가 된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현대의 진출은 무척 늦은 편이다. IT 계열사로는 하이닉스와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현대정보기술 정도가 고작이다.현대정보기술 김선배(53) 사장의 어깨는 그래서 더 무겁다. 그는 10여년 전 고(故) 정몽헌 회장과 함께 회사 창립부터 핵심인력으로 일해 왔다. 줄곧 재무와 경영기획을 담당했고, 최고경영자로 일한 지도 벌써 3년째다. 시작은 삼성SDS, LG CNS등 경쟁사 보다 한참 늦었지만 김 사장은 현대정보기술을 이들 못지않은 큰 기업으로 키웠다. "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지만, 돌아가신 회장님의 관심도 각별했죠.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로 '현대 신화'를 다시 일궈보겠다는 것이 그분의 꿈이었습니다." 망자(亡者)를 회상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아쉬움이 배어 있다.

MH 회장과의 인연

정몽헌 회장과 그는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 보성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정 회장의 1년 후배다. 처음 만난 것은 대학교 때. 그가 현대가의 황태자라는 사실도 모른 채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됐다. 조용하지만 추진력 있는 정 회장과 솔직·활달하면서도 합리적인 김 사장은 죽이 잘 맞았다.

1975년 대학을 졸업하고 외환은행에 입사해 현대와의 인연은 멀어질 뻔 했다. 그러나 외환자금 분야를 담당, 남다른 능력을 보이면서 해외 거래가 많던 삼성과 현대 그룹의 집요한 스카우트 제의가 계속됐다. 결국 선배 정몽헌 회장과의 인연이 그를 현대로 이끈 셈이다.

국제금융전문가에서 IT경영인의 길로

이후 현대증권 국제금융부장, 뉴욕사무소장 등을 거치면서 뉴욕주립대 경영학석사(MBA) 학위까지 취득한 그는 명실상부한 국제금융전문가로 입지를 굳혔다. 그룹내에서도 국제금융통으로 인정 받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정 회장의 '사람 욕심'은 그를 금융 전문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정 회장의 주도로 현대전자와 현대정보기술이 설립되면서 그는 창립멤버로 발탁됐다. '국제금융전문가가 왜 그리로 가느냐'며 의아해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김 사장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못지않은 IT기업을 만들어보겠다'는 정 회장의 목표가 그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자신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경영의 원칙은 어디서나 통한다는 확신 때문이죠."

업계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

이제 금융 전문인 보다 SI업계의 전문 경영인으로 더 유명한 그는 SI 및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최근 SI업계의 현안은 '국가계약법' 개정과 해외시장 개척이다. 공개입찰에서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내는 업체가 사업을 수주하는 최저가입찰제는 업체간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심각한 부작용을 드러냈다. 예정가 수억원짜리 정부 사업이 '0원'에 수주 되는가 하면, SI업체들의 이익률은 1%대로 떨어졌고 대규모 손실로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정부 기관 입장에서는 예산이 절감될지 모르지만 업체가 100% 손해 보는 사업은 부실로 이어진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건설업체가 부실 공사를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듯, 정보화사회의 근간인 국가정보인프라가 부실해지면 사회 전체의 효율성이 위협 받게 된다는 얘기다.

김 사장의 노력으로 국가계약법은 개정을 앞두고 있다. 가격만큼 기술력도 높게 평가하도록 내용이 바뀔 예정이다. 이는 국내 SI업체의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는 "국내 SI업체들이 구미의 선진 업체들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려면 국내 경쟁환경을 잘 가꿔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 김선배 사장은 누구

▲ 1950년 서울 출생

▲ 보성고·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1978년 현대건설 기획관리실 국제금융경리

▲ 1986년 현대증권 국제금융부

▲ 1991년 미국 뉴욕주립대 경영학석사(MBA)

▲ 1993년 현대정보기술 관리본부 재정담당 이사대우

▲ 2001년 현대정보기술 대표이사

▲ 2002년 한국네트워크연구조합 이사장

▲ 2003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

● 나의 경영철학

나의 좌우명은 '무편착심'(無偏着心)이다. 본래 불교용어인 이 말은 '마음을 어느 한쪽에 치우쳐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는 이 말을 자신에게 엄격하면서도 직원들에게는 한없는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경구(警句)로 삼고 있다. 무편착심은 내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최고경영자(CEO)가 갖춰야 할 주요 덕목 중 하나는 균형감각이다. 회사라는 조직의 꼭대기에 앉아 편견과 아집에 흔들린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주변에서 가능한한 많은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현대정보기술 같은 IT기업은 직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창조적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사의 대표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위해 노력하고 말단 직원들의 말 한마디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는 내 성격과도 무관치 않다. 나는 솔직담백한 편이라 가끔 '감정을 숨길 줄 모른다'는 핀잔도 듣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좋다고 말하거나 좋은 데도 그렇지 않은 척 내심을 숨기는 일에 익숙치 않다.

이런 나의 태도에 당황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경영자와 직원 모두가 서로 가슴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문화 아래서 무편착심의 경영이 가능하다는 나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 현대정보기술은 어떤 회사

현대정보기술(www.hit.co.kr)은 기업과 공공기관, 사회기반시설의 정보화를 전문으로 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다.

1993년 9월 설립, 2000년 8월에 코스닥에 등록됐다. 2002년도 매출액은 4,379억원.

기업정보화 부문에서 경영컨설팅, 정보계획수립, 시스템 설계·구축·운영 등 전영역에 걸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설·금융·전자·중화학·자동차·유통·의료 등 각 분야에서 1,000여건 이상의 시스템 구축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1999년 국내 SI업체 최초로 해외 사업 개척에 나서 선진국 및 개도국 시장에서 굵직한 사업들을 유치했다. 특히 베트남에서 중앙은행 금융결제시스템(1999년), 농협은행·수출입은행 전산화사업(2002년)을 수주해 현지 SI시장을 석권했다.

미국 산호세, 중국 선양,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베트남 하노이 등에 4개의 해외 지사를 두고 있다. 주요주주는 하이닉스반도체(31.87%), 현투증권(31.63%), 현대상선(4.40%), 현대엘리베이터(0.3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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