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2일 대전·충남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촉발된 정치권의 정치개혁 논의에 대해 "좋은 제안은 다 옆으로 밀쳐놓고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노 대통령은 이날 "대선자금의 전모가 밝혀진 뒤 정치인들이 국민 앞에 속죄하는 길이 있다면, 정치제도를 제대로 개혁하고 정치문화를 바꾸기 위해 뭔가를 솔선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정치개혁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지구당 제도 폐지와 선거공영제뿐"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선거공영제는 정치인이 자기들 편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고, 지구당 폐지는 그 내용이 아주 애매한데 실제로 폐지하면 정당의 기초가 무너지기 때문에 실현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이 강하게 비난한 지구당제도 폐지와 선거공영제는 한나라당이 SK비자금 100억원 수수사건이 터진 뒤 내놓은 정치개혁안의 내용이어서 눈길을 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정치자금 제도와 관련해 열 것은 열어서 합법적 정치공간을 만들어주고 정치자금으로 특별한 유착관계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선관위와 시민단체 등이 시·도지사나 신인 정치인에게도 후원회 제도를 열어주는 것 등 모범적인 개선안을 만들었는데 이를 다 옆에 밀쳐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구도가 해소되지 않으면 생산적인 국회가 될 수 없다"며 "정치자금 제도와 지역구도가 기존 정치의 관행과 기득권 위에 존재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결단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대선자금의 전모가 공개되면서 국민이 실망하는 여러 일이 표출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치제도와 정치문화의 개혁을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올렸다. 노 대통령은 또 대선자금 수사를 둘러싼 논의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대통령과 각 당이 서로 엉켜 싸우고 있다', '누가 이기나 보자'는 식의 잘못된 방향으로만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제안한 재신임 문제에 대해서는 "재신임 제안은 아직 유효하지만 12월15일 국민투표 시기는 유지되지 어려운 상황이 있는 것 같다" 며 "대선자금 수사와 최도술씨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시 적절한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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