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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먼저 열심히 사는 부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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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먼저 열심히 사는 부모가 되길

입력
200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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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생 부모님들께. 자녀가 그 어렵다는 일류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어떤 부모에게나 다 같은 욕망이요 목표일 것입니다. 물론 자녀 본인의 의지와 소질로 이루어야 하는 것이지만 부모가 먼저 고된 수고와 꾸준한 실천으로 아이들을 안내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제 경험을 조심스럽게 전하고자 합니다.저의 유년 시절은 찢어지게 가난했습니다. 일본에서 해방을 맞이했지만 겨우 의식주를 해결하는 정도라 학교 갈 꿈은 감히 엄두도 못 냈습니다.

곧 이어 터진 한국 전쟁은 가난의 고통을 더욱 깊게 했습니다. 3년간 의식주를 해결해 주었던 군복무 기간은 저에게 구세주나 다름 없었습니다.

전역하고 직장을 구하려니 학력 제한으로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죽을 힘을 다한다면 무엇을 못할까 생각하며 중졸 이상이 필수인 어느 전자회사에 졸업 증서 대신 '모범 사원이 되겠습니다'라는 열 글자를 적은 붉은 혈서를 입사원서와 함께 제출했습니다.

회사의 특별 배려로 합격할 수 있었지요.

입사 후에는 회사를 위해 모두 기피하는 3D 업무들만 찾아 다니며 27년을 일했습니다. 무학력이 뼈에 사무쳐 두 남매만은 제대로 키워보자 했습니다.

하루종일 일하고 파김치가 되었지만 밤에는 늦깎이로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매년 입사동기의 승진 소식을 전하는 아버지,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나 봅니다. 두 아이 모두 과외는커녕 학비마저 어려운 환경에서도 둘 다 대학에 들어 갔습니다.

아들은 지금 항공기 조종사이고 석사까지 마친 딸은 약사로 일하다 지난해 결혼했습니다. 그 사이 저는 계속 중등, 고등 검정고시를 치르면서 공부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65세의 나이에 방송대를 8년째 다니며 어려운 공부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수능생 부모님들. 부모가 진정 몸소 자녀에게 뼈를 깎는 고생을 진심으로 보여줄 때 자녀들은 숨은 지혜로 부모에게 보답을 할 것입니다. 먼저 맑은 윗물이 되세요. 거짓 없는 자연의 순리입니다.

/진정군·서울 강서구 방화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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