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MBC)에서 금영(홍리나)은 업그레이드된 악녀다. 그는 장금(이영애)의 라이벌이지만, 장금을 배우려 하고 또 실력으로 뛰어 넘으려 한다. 장금과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낸 친자매 같은 사이인 데다 자신이 잃어버린 금계를 찾기 위해 장금이 궁 밖에 나갔다가 쫓겨날 위기에 처했을 정도로 둘 사이의 우정은 굳다. 하지만 금영이 장금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집안의 미래가 자신의 두 어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식은 페어플레이다.물론 민정호(지진희) 종사관이 장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권모술수를 동원해서라도 장금을 이기려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이유가 분명하다. 민 종사관은 금영이 사가에 있을 때부터 짝사랑해 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해가 된다.
'때려'(SBS)의 해미(소이현)는 어떤가. 부잣집 딸에 얼굴도 예쁘다. 하지만 그는 유빈(신민아)을 이기기 위해 유빈이 애써 찍은 CF 파일을 몰래 빼내 그를 궁지에 몰아 넣고 유빈을 좋아하는 한새(주진모)를 꼬여 내 둘 사이를 이간질한다. 그런데 도대체 이 여자가 왜 이러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원래 못된 애니까'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래서 현실감이 없고 감정이입도 되지 않는다.
한때 악녀들이 활개치던 때가 있었다. '미스터Q'(SBS)의 송윤아, '진실'(MBC)의 박선영, '이브의 모든 것'(MBC)의 김소연, '토마토'(SBS)의 김지영, '명랑소녀성공기'(SBS)의 한은정, '라이벌'(SBS)의 김민정 그리고 최근 '요조숙녀'(SBS)의 박한별까지 계보를 이어온 드라마 속 악녀의 공통점이라면 누구나 공인하는 재력과 미모와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런데도 이들은 늘 '콩쥐'가 가진 것마저 빼앗지 못해 안달한다. 하지만 왜 이들이 악녀가 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없었다. 단지 못된 짓을 일삼아 드라마 전체의 스토리를 끌어가는 기능적 역할을 할 뿐 캐릭터 자체는 죽어 있었다.
요즘 이런 막무가내형 악녀는 매력이 없다. 시청자는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드라마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인물에 몰입하고 싶어하고, 공감하고 싶어 하고, 그 안에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따라서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악녀 캐릭터는 더 이상 시청자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그만큼 시청자가 까다로워졌다. 늘 하던 식으로 비슷비슷한 캐릭터의 변종만을 내세우는 드라마는 이제 재미 없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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