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정부 내 논의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방부, 외교통상부 등 관련부처의 힘겨루기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NSC의 '비전투병 위주 3,000명 파병론'에 대해 고개를 가로 젓자, 국방부가 전투병 파병론을 치고 나오고 다시 NSC가 이에 제동을 걸었다."정부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고 선언했던 국방부의 차영구 정책실장은 12일 '해명브리핑'을 해야했다. 그는 11일 공병·의료 중심의 '기능적' 파병보다는 한 지역의 치안유지를 책임지는 '포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하루 만에 "기능적 접근에도 장점이 있다"고 말을 바꾸었다.
차 실장에 대한 NSC의 해명요구가 거셌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NSC는 국방부가 대통령의 의중을 잘못 이해했다거나, 심지어 전투병 파병을 위해 고의적인 '여론몰이'를 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날 석간 신문은 "노 대통령이 국방부를 강하게 질책했다"고 보도했고, 청와대가 이를 전면 부인하는 소동도 있었다.
외교부 일각에서도 NSC를 겨냥해 "정부 내 찬반론을 자주파와 (한미)동맹파가 아니라 외교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로 나눠야 한다"고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NSC와 국방부가 파병문제가 집중논의 될 17일의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서로 기선을 잡으려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도 12일에는 "미국의 경비보호를 받는 비전투병 부대와 독자적 지역작전부대는 어느 한쪽으로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절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문제"라면서 정부 내 갈등이 있음을 시인했다.
이런 맥락에서 파병 결정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파병 결정)시기로 인해 우리가 특별히 잃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기국회(12월9일 폐회)를 넘길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어떤 경우든 이번 이라크 파병 결정에 따라 정부 내 외교안보정책의 주도권의 향배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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