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집에서 백숙을 하면, 그렇게 푹 삶고 찐 닭 속의 '똥집'은 으레 아버지의 몫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것이 반으로 나뉘어져 큰아들과 작은아들 국그릇으로 들어간다. 닭은 왜 다리가 두 개밖에 없는 것일까. 남자 나이 사십 후반이 되면 꼭 소외감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런 쓸데없는 생각도 식탁에서 하게 된다.거기에다가 '옷의 이동'은 또 어떠한가. 아버지 옷장의 좀 괜찮은 옷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하나씩 아들의 옷장으로 이동한다. 나이 사십 후반이 되면 남자는 그렇게 알게 모르게 조금씩 '헐벗는 아버지'가 되어간다. 그러면서도 아들의 뒷모습에 흐뭇해 한다.
그래도 끝까지 아버지 앞을 지키는 물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열심히 일을 해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업무 가방이고, 또 하나 이제는 '똥집'도 넘볼 수 없는 국그릇 옆을 지키고 있는 은수저이다.
식탁에서 보면 식구들 가운데 혼자서만 쓰는 은수저라 하얗게 빛나는 게 제법 근엄해 보이기도 하고, 또 권위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무거워서 누구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물건이다. 그 은수저의 허울좋은 근엄함이 꼭 우리시대 아버지의 모습을 닮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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