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이 최근 예금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경기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당분간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 은행권에 금리인상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12일 "금리를 올릴 때라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올린다는 게 은행 방침이지만 아직까지 인상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금리가 장기적 상승기조인지 여부가 확인되고 각종 경제지표가 확실한 회복신호를 나타낼 때 금리를 올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연 4.75%였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6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인하했으나, 3년 만기 국고채, 91일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 실세금리가 지난달 이후 0.4∼0.7%포인트까지 올랐는데도 아직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은 일선 영업점장이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0.3%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지급했기 때문에 시장금리 상승분은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조흥, 신한, 하나, 외환은행 등 아직까지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은 다른 은행들도 국민은행 측 입장에 동조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 제일은행 등은 국내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국면으로 돌아선 데다, 지난달부터 시장금리가 분명한 상승기조를 타고 있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예금금리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이 달 들어 0.1∼0.2%포인트 인상, 연 4.2∼4.3%로 상향 조정됐다.
7일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한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기를 판단해야겠지만 단기적인 시장금리 상승세도 수신금리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시장과 거리를 두고 예금금리를 책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최근의 한국은행 총재 발언을 감안하더라도 금리를 올릴 요인은 충분하다고 본다"며 "일부 은행이 예대마진 확대를 통한 수익구조 개선에만 급급해 수신금리 인상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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