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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우의 언론보기]충동적인 "反강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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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우의 언론보기]충동적인 "反강남" 보도

입력
200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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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들어 세 가지 사안이 주요 기사로 다뤄졌다. 정부의 10·29 부동산 대책, 11월5일의 수능시험, 그리고 10월30일 강남구에 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배달된 협박 편지 등이다. 이 셋은 그 자체로는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희한하게도 그 세 사건을 이은 삼각형의 중심점에는 서울 '강남'이 있다. 이런 보도를 보면서 이제 '강남'은 행정구역의 이름을 넘어 하나의 상징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부촌(富村)의 대명사격인 서울 강남지역'(연합뉴스 11월2일), '강남으로 대표되는 상류층'(경향신문 사설 11월2일), '어린이 명품족 열풍…주로 강남에 근거지를 둔 부유층 부모들'(조선일보 11월10일) 등의 구절들에서 보듯, 강남이 가지는 상징성의 의미는 바로 부유함이다. 그래서 부동산 값이 오르고 내리는 기사도 강남구를 중심으로 작성되고 있고('강남 불패신화 끝나나', '강남의 대표적 집값 상승지역인 타워팰리스', '강남서도 지역별 분양가 차이'), 대학입시나 사교육과 관련해서도 강남을 중심으로 보도되고 있다('강남 사교육비 전국 평균의 2.6배', '지방 고3 강남학원 유학 러시'). 그리고 하나 더, '강남서, 잇따른 부유층 노인 피살사건에 곤혹'(한겨레신문 10월17일) 등의 기사에서 보듯 '서울 강남지역은 부동산, 사교육 못지않게 각종 강력범죄의 1번지'(한국일보 11월10일)로도 나타난다.

이런 일련의 보도를 통해 강남에 대한 일정한 부정적 문맥이 형성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즉, 강남에 사는 사람들은 부동산 값의 상승으로 부자가 돼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고, 자녀들을 고액 사설학원에 보내고 있으며, 그들의 돈을 노린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는 피상적 정보와 단순 논리에 근거한 위험한 사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만, 강남구에 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배달되었다는 협박 편지에서 '8학군'과 '타워팰리스'를 지목했다는 것은 그런 인식이 우리 사회에 실재함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강남에 대한 이런 반감은 단순 연역법의 논리 구조를 갖고 있다.

(법칙) 강남엔 부자가 산다.

(사례) 저 사람은 강남에 산다.

(결과) 저 사람은 부자이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렇게 단순한가? 그래서 몇몇 기사는 강남에 대한 이런 단순 논리적 반감에 대해서 그로부터 벗어나는 다른 사례를 통한 반박을 소개하기도 했다. '강남에 산다고 다 부자는 아니다'(인터넷 다음게시판, 연합뉴스 11월2일), '서초동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다. 이 아파트가 지금의 시세가 된 것은…투기에 의해서(가) 아니다'(조선일보 11월11일 기고문).

이런 반박은 귀납법적 논리구조이다.

(사례) 나는 강남에 산다.

(결과) 나는 부자가 아니다.

(반증) 강남에 산다고 부자라는 주장은 틀렸다.

그런데 이런 반증의 사례를 제시한다고 해서 이른바 '반(反) 강남 정서'(연합뉴스 11월2일)가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강남 주민과 다른 지역 사람들 사이에 감정의 골만 더 깊게 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지금처럼 계층과 지역 간 감정의 골이 생기는 시기에는 '강남이든 강북이든…소득이 있는 곳에 그에 상응하는 세부담이 가는 공평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한국일보 11월5일)는 원칙의 꾸준한 재확인이 언론의 제 역할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충남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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