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1일 전·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소설을 펴냈다.'호박벌 집'(The Hornet's Nest)이란 제목의 소설은 1775년부터 1784년까지 미국 남부에서 벌어진 독립전쟁을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곁들여 이야기 형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에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독립 전쟁의 영웅 조지 워싱턴 장군을 비롯해 여러 실존 인물들과 함께 새로 지어낸 허구적 인물들도 적잖이 등장한다.
영국군에 의해 가족이 희생당한 뒤 독립전쟁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농부, 결국 영국으로부터도 버림을 받는 영국 스파이, 미국 독립군 진압에 나선 영국군 장군 등 다양한 가상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독립전쟁 과정에서 수난을 겪는 인디언과 강간을 당하는 노예 여성들의 삶까지 그리고 있다.
79세인 카터 전 대통령은 7년의 공을 들여 이 소설을 집필했다. 소설 표지도 직접 그리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독립전쟁사를 기록한 35권의 책을 탐독했으며 여러 교수들로부터 자문도 구했다.
카터 전대통령은 "우리 선조들이 독립전쟁에 참여한 것이 분명한데다 그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한 몇가지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존 인물과 소설 속 인물을 묶어서 남부 사람들의 삶을 그려보겠다고 결심했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그는 미국 독서 격월간지 '북'(Book) 11·12월호에서 작가 로버트 모건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사는 북부 중심으로 기술돼 왔기 때문에 남부의 역동성을 보여주기 위해 18세기 남부의 정치와 사회를 소설 형식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카터 전대통령이 소설에 등장하는 첫번째 정사 장면을 "그날 밤 그들은 이전에 해본 적이 없는 일을 시도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카터 전대통령은 종교서, 수필집, 시집 등 17권의 책을 이미 펴낸 바 있다. 그는 "다른 어떤 일보다도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세 시간 정도 글을 쓴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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