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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강제출국 중압감 잇단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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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강제출국 중압감 잇단 "비극"

입력
200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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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 먼 이국 땅에서 자살이라니…. 이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치려고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누구를 원망할 수 있을까요…."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의 강제출국 시한(15일)을 앞두고 외국인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2일 오후 성남중앙병원 영안실. 경기 광주의 천막제조업체인 H산업 김모(44) 사장은 외국인 직원 치란 다라카(31)씨의 시신을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1996년 스리랑카에서 온 다라카씨는 국내 체류기간 4년이 넘어 강제출국 시한이 눈 앞에 닥치자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다 11일 오후 경기 성남시 지하철 8호선 단대오거리역 구내에서 선로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크리켓 선수 출신인 그는 업체에서 가장 인정받는 성실한 일꾼이었다. 김 사장은 "4년 넘게 동고동락한 다라카씨는 여느 외국인과 달리 기술도 좋고 부지런해 친동생처럼 아꼈던 직원"이라며 "그의 체류 연장을 위해 지난달 여권 갱신까지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동료 자밀리(27·여)씨는 "체류연장 신청 자격이 없는 그는 우리가 연장을 신청한 7일 이후 말수가 없어지고 침울해 보였다"고 전했다.

12일 오전에는 경기 김포시 하성면 원산리 D엔지니어링 공장에서 네팔 비꾸(34)씨가 강제 출국을 비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96년 방글라데시에서 입국한 그는 이달 초 동료들로부터 1,000만원을 빌려 동생을 한국에 데려왔으나 돈을 갚지 못해 고민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장 강모(61)씨는 "'정부 방침으로 더 이상 데리고 있을 수 없다'고 했더니 눈물만 흘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숨진 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던 사장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이지만 기술이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들은 영세업체로서는 없어선 안될 존재"라고 하소연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 김해성 목사는 "희생자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강제단속과 추방조치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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