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실시된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언어영역 출제위원에 국내 최대 온라인 입시학원에서 논술 강의를 하는 서울 모 대학 초빙교수 A(42)씨가 포함됐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12일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 따르면 올 수능 언어영역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A씨는 회원수가 47만6,000여명인 온라인 입시학원 M사이트에서 지난해 논술을 강의했고 올 연말에도 강의가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철학과 석·박사과정 모두 칸트를 전공한 A씨는 칸트의 '세계 시민의 관점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에서 발췌된 지문을 기초로 문제를 출제해 실제 언어영역의 지문과 문제(4문항 9점)로 반영됐다. 이 지문은 이번 수능 언어영역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수능시험 직전에 A씨 주변 강사 등이 칸트 관련지문의 출제를 예상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로 수능 직전 학원가와 인터넷상에서 월북시인 백석의 작품, 김용준의 '근원수필' 등이 예상문제로 떠돌다 모두 지문으로 출제됐고, 칸트의 글과 양자역학 관련 설명문도 입시학원 강사가 만든 수능 문제집에 실렸던 것으로 알려져 수능 당일부터 논란이 일었다.
평가원은 A씨가 학원가에서 활동했다는 사실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이종승 평가원장은 "출제위원 선발이 집단합숙에 들어가기 3∼6일 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A씨의 학원 논술강의 경력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이로 인해 언어영역 문제가 사전 유출된 적이 없고 수능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평가원 관계자도 "출제위원 1인당 5, 6개의 지문을 제시한 뒤 출제위원 전원이 동의하는 1개의 지문이 확정되고 이후 보완·수정조치를 하므로 특정 출제위원의 의도대로 문항이 출제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대학 전임교원 이상이 참여할 수 있는 출제위원에 초빙교수가 선발된 데 대해서는 "A교수가 주당 12시간을 강의, 전임교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 장기원 대학지원국장은 "평가원에 대해 기관 경고 등의 조치를 취하고, A교수에 대해서는 대학측에 신분상의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본인 "직접 강의한적 없어"
한편 A씨는 "시중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는 특강내용은 지난해 인터넷 논술 강의용으로 녹화한 것"이라며 학원에서 직접강의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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