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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철 밟는 農政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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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철 밟는 農政은 안된다

입력
200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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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10년간 농업·농촌에 119조원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솔직히 기대보다는 우려를 먼저 갖게 한다. 최근 논의가 활발해진 자유무역협정(FTA),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DDA), 2004년의 쌀 재협상 등 발등의 불이 코앞에 닥친 시기에, 그것도 농업인의 날(11일)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청사진이라 그 절박성을 납득하면서도 계획의 실현 가능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를 떨칠 수 없다.한·칠레 FTA 비준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고 이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시기에 나온 것이라 분노한 농심(農心) 무마용이 아닐까 하는 오해의 소지도 없지 않다. 정부의 정책의지를 순수하게 받아들인다 해도 과연 농업구조조정을 통한 농업체질 강화라는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 믿음을 갖기 어렵다. 그 많은 돈을 쏟아 붓고도 농촌의 황폐화를 막지 못한 과거의 실패가 너무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농업 개방파도가 일기 시작한 우루과이라운드(UR)이후 10년간(1993∼2002년) 정부는 농업구조조정을 위해 62조원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25조원이라는 빚더미 위에서 시름하는 오늘의 농촌으로 나타났다. 그 많은 돈이 정작 필요한 농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고 지역유지의 주유소, 모텔 건설비용 등으로 유실되는 것을 보아온 국민으로서는 119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정말 용처에 맞게 제대로 쓰일까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농업은 포기할 수 없다. 농촌의 황폐화를 방치해서도 안 된다. 진정 농업·농촌을 회생시키려면 보다 정치(精緻)한 계획이 제시되어야 하며 지원자금의 쓰임새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연이겠지만 화재신고 전화번호와 같은 119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국민 혈세가 분노한 농심 진화용으로 쓰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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