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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 부실한 고증으로 도마에/보는 눈이 많아서 "옥에 티"도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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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 부실한 고증으로 도마에/보는 눈이 많아서 "옥에 티"도 많은가?

입력
200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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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이가 타임머신을 탔나? MBC 드라마 '대장금'(극본 김영현, 연출 이병훈)이 11일 역사 고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에피소드를 삽입했다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문제가 된 내용은 중국 명나라에서 온 사신을 접대하는 대목. 한 상궁(양미경)과 장금(이영애)이 소갈(당뇨)을 앓고 있는 명 사신의 건강을 걱정해서 채식 상차림을 올렸다가 노여움을 사자 최 상궁(견미리)이 산해진미로 가득한 '만한전석(滿漢全席)'을 차려낸다는 내용이다. 제작진은 방송 중 자막을 통해 '만한전석'을 '중국 황실의 연회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실제 '만한전석'은 드라마의 시대 배경인 조선 중종(1488∼1544) 때보다 100여년 뒤 청나라에서 유래했다. 4대 황제인 강희제(康熙帝·재위 1661∼1722)가 회갑을 맞아 전국의 노인 2,800여명을 초대해 잔치를 열면서 청의 뿌리인 만주족과 중국의 주류인 한족의 산해진미를 두루 갖춘 잔칫상을 가리켜 친히 '만한전석'이라 부른 것으로 전해진다.

11일 방송 직후부터 인터넷 게시판에는 "아무리 드라마라도 실존 인물을 다루면서 충분한 설명도 없이 100년 뒤의 일을 끌어다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국에 수출할 때는 망신 당하지 않게 문제 장면을 수정하라"는 등 지적이 잇따라 올랐다. 특히 일부 시청자들은 이 에피소드가 국내 TV에서도 방송된 적이 있는 일본 만화 '요리왕 비룡'에서 주인공 비룡이 중국 황제 앞에서 최고 요리사와 요리 대결을 벌이면서 속이 불편한 황제를 위해 숙주나물 음식을 올려 인정 받는 내용을 베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장금'은 지난주에도 죽어가는 보모 상궁에게 올게쌀을 가져다 주는 대목이 허영만의 만화 '식객'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어 곤욕을 치렀다. 홍모(39)씨는 "상당수 에피소드가 '미스터 초밥왕' 등 음식 만화의 내용과 유사하다"며 " '만한전석' 사례도 고증의 문제라기보다는 만화 에피소드를 마구잡이로 베끼다가 벌어진 일"이라며 "더욱이 MBC는 이런 문제를 지적한 게시판의 글을 무더기로 삭제해 빈축을 사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장금'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시청자들의 '옥에 티' 찾기도 극성이다. 게시판에는 "사신을 접대하는 자리에 제조대감 오겸호와 상원 영감만 달랑 참석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보모 상궁이 숨질 때 곁에 있던 장금의 손톱에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오겸호의 방에 붙여진 '묘작도'는 조선 후기 숙종 때의 화가 변상벽의 작품이다" 등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병훈 PD는 이에 대해 "'만한전석'이 청나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야기를 보다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부득이하게 끌어 썼다"고 해명했다. 그는 "선조 시대가 배경인 드라마 '허준'도 왕자의 욕창을 거머리로 치료하는 등 중종실록의 기록에서 딴 에피소드를 활용했다"며 "드라마는 픽션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너그럽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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