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 벼룩시장'이란 이름에 걸맞게 지난 8, 9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벼룩시장은 발걸음조차 내딛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비가 그치고 간간이 햇볕이 드러난 9일은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이 행사에서 우리는 '어린이 경제나라'라는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다.주최측의 배려로 운동장 중앙의 좋은 자리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준비한 물건을 팔기위해 목청을 높였다. 몰려드는 손님을 맞으랴, 영수증을 쓰랴, 경제 교육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춰 '해외 광고'(어린이 경제나라를 떠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것)를 하랴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경기 안산에서 책을 갖고 참가한 '북스토어'의 공동 대표인 준기(초등학교 3학년)군. 수줍음을 타는 성격 때문인지 그는 책만 펼쳐 놓고 오전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손님이 와서 책을 고를 때도 그랬다. 오후가 되자 그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책이 팔리고, 손님들이 몰려들어 가격을 묻고, 대견하다는 소리를 듣자 표정이 밝아졌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책 사세요. 정말 좋은 책이 아주 싸요."
준기군은 세상을 향해 자기를 드러냈고, 제안을 했다. 고객들은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거래가 이뤄졌고, 준기군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속마음이 궁금했다. "외치니까 손님이 더 많이 와요.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내가 안보는 책도 남에게는 필요한 책이라는 것, 더구나 그것이 가치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재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경제 교육은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비판하는 것처럼 '돈 교육'이 아니다. 죽어있는 물건을 되살리는 자원의 재활용, 책 한 권을 팔기위해 내 눈으로만 보던 세상을 다른 사람(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값을 조정하고, 사라고 외치면서 '객관적인 눈'을 갖게 되는 교육이다. 게다가 거래가 성사될수록 자신감까지 붙는다. 어떤 교수가 경제교육을 비판하면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어린 아이들의 경우 돈을 내야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구체적인 사고'는 가능하지만 돈이란 노동의 대가라는 '추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제교육은 최소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이날 모습을 지켜봤다면 그 교수는 말을 바꿔야 했을 것이다.
이날 준기군은 하루종일 일해 '깨끗한 돈' 3만원을 벌었다. 그리고 스스로 3,000원을 기부했다. '동네가게' '보부상' '옹달샘' '좋은 친구들' '해피하우스'…. 그날 유난히도 반짝이던 어린이들의 눈을 또 보고싶다.
/어린이 경제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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