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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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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년전 신혼부부들은 신혼여행지로 대부분 온천을 택했습니다. 수안보, 온양, 도고, 부곡 등 이름있는 온천은 어김없이 신혼부부로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수질도 좋고 수량도 풍부한 만큼 이들 관광지의 명성은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라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요.젊은층은 이들 옛 온천엔 눈길을 주지않고 최근 새로 생겨나는 신흥 온천지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새 온천의 수질이 더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수질은 옛 온천이 오히려 신흥온천에 비해 낫습니다. 하지만 젊은층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레저문화가 발달하고 주5일제 근무가 확산되면서 온천문화도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단순히 몸을 깨끗이 하거나 질병치료 차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휴식과 레저가 더욱 중요시되는 것이 요즘 추세입니다. 수질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온천수영장과 여러가지 이벤트탕으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스파와 워터파크들이 생겨납니다. 남탕, 여탕으로 흩어지지 않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용공간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기존 온천들을 이 같은 환경변화에 무감각했습니다. 온천객의 욕구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입니다. 동네 목욕탕들이 다양한 휴식공간을 갖춘 대형 찜질방에 자리를 내주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혹 우리나라 관광문화도 이 같은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물론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분명 아름다운 금수강산입니다. 하지만 외국인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 지 궁금합니다.

우리 눈에만 좋으면 다른 사람도 좋아할 것이라는 낡은 생각은 스스로 우리 시야를 좁게 만듭니다. 아무리 뛰어난 관광지도 관광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부대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세계속의 한국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시각에서만 보아서는 절대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온천을 취재하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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