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가꾸는 만큼 있는 것임을 기도를 통해 확신하게 됐습니다."지리산 기슭에서 좌우(左右) 대립과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영혼들을 위로하고 한반도의 생명 평화와 민족 화해를 위해 매일 4차례, 5시간씩 기도해 온 실상사 주지 도법(54) 스님의 천일기도가 12일 끝난다.
천일기도 회향식을 겸한 '지리산생명평화결사' 출범식을 15일로 앞둔 그는 10일 "힘의 논리, 이익의 논리를 넘어 문제를 풀어가는 길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갈수록 절실해진다"고 말했다. "천일기도를 해봐도 달라진 것이 없어요. 기도를 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50년 전처럼 여전히 싸움판이고 힘의 논리, 이익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어요."
정부와 불교계가 대치하고 있는 북한산 관통터널, 천성산·금정산 경부고속철도 통과 문제등에 대해 그는 "이제는 어디에선가 고리를 끊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생태적 삶이 가능한 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된 부분에 대해서는 불교계와 시민사회단체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또 불교계나 시민사회단체도 그런 부분은 유연하게 수용해 매듭을 짓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을 받는 방향으로 갔으면 합니다."
"관념적, 피상적으로 불교를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평화결사로 구체화했다"는 그는 "생명 평화를 가꾸는 것이 바로 깨달음을 실천하는 수행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천주교와 개신교, 원불교 등 다양한 종교인들과 사회 각계인사 등 200여명이 참여하는 '지리산생명평화결사'는 이라크 전쟁과 한반도 핵 위기를 계기로 구체화했으며 앞으로 평화의 가치를 국민의 삶에 이끌어 들이는 활동을 하게 된다. 그는 평화결사의 활동방향에 대해 "평화의 요체인 이해와 포용력을 '구걸하러' 다니는 '생명 평화의 탁발순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1995년부터 두 차례 맡은 실상사 주지 임기도 올해로 끝나고, 더 이상 하기도 싫습니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성당이나 절을 찾아 다니며 청년들과 평화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탁발승 노릇이나 하렵니다."
그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날까지 평화 운동을 할 것이라며 "이 것이 내 인생에 할 일이라는 게 지금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남원=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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