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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틀의 "동아시아 문학" 황석영, 세계를 품는다/문단41년·회갑 맞아 집중조명 평론집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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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틀의 "동아시아 문학" 황석영, 세계를 품는다/문단41년·회갑 맞아 집중조명 평론집 나와

입력
200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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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씨의 문학 여정은 '서도동기(西道東器)'론에 이르렀다. 회갑을 맞은 그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평론집 '황석영 문학의 세계'(최원식, 임홍배 엮음·창비 발행)에서 작가가 밝힌 '동아시아 프로젝트'다.경복고 재학 중이던 1962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입석 부근'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으니 등단 41년 째다. 전태일 분신 석달 뒤인 1971년 2월에 발표한 중편 '객지'는 리얼리즘의 대표작으로 첫손에 꼽히는 대접을 받아왔다(평론가 임규찬). 간척공사장 뜨내기 인부들의 투쟁을 그린 이 소설에서 파업을 주도했다가 좌절 당한 주인공 동혁의 마지막 대사는 너무나 잘 알려졌다. "꼭 내일이 아니라도 좋다." 발표 당시 검열을 의식해서 누락했던 장면이 동혁의 폭사다. 전태일 분신과 쌍둥이인 이 소설을 두고 염무웅씨는 "전태일 사건이 70년대 사회사의 시발점이었듯 작품 '객지'의 발표는 70년대 소설사의 출발점"이라고 자리매김했다. 74년부터 10년 동안 한국일보에 연재한 '장길산'은 해방 이후 최고의 역사소설로 평가된다. 조선 숙종 때 이름을 떨친 광대 출신 의적 장길산을 70년대 한국 사회로 불러낸 것은 "박정희의 유신 체제에 맞설 만큼 강력한 민중성을 역사적 주체로 일으켜 세우기 위한" 작가의 의지가 담긴 것이었다(황광수). 장길산이 살았던 시대처럼, 독재체제 아래 착취·억압 받는 민중의 고통과 염원이 한 문장 한 문장에 간절하게 담겼다. '추하고 악한 것이 스스로 소멸하고, 기후는 화창하고 사시의 계절이 순조로우며 질병이 사라진 세상. 평등하여 모두 한가지 뜻으로 서로를 보게 되매 기쁘고 즐거워하며, 착한 말로 서로 오가는 뜻이 똑같아서 차별이 없게 되는 사람들.'

고모리 요이치 도쿄대 교수와 테오도르 휴즈 일리노이대 교수, 프랑스 소설가 세실 바스보로 등의 글은 황씨의 작품이 동아시아에서, 또 세계에서 보편성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음을 강조한다. 베트남 참전 중 몸으로 얻은, '전쟁은 냉혹한 비즈니스'라는 깨달음을 담은 장편 '무기의 그늘'에 대해 외국 필자들은 "세계 최대의 군사력을 지닌 미국이 날조된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21세기 현실을 인식하는 데 유효하다"(고모리), "오늘의 미국이 전쟁을 부조리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자신을 희생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를 무산시킨다"(휴즈)고 황석영씨가 한국의 작가로만 머물지 않는 확장된 의미를 부여한다.

오랜 문우 오생근씨는 장편 '오래된 정원'을 "시간의 한계 뿐 아니라 억압과 대립의 시대를 뚫고 그 장벽을 넘어선 위대한 사랑의 힘에 의지한 소설"이라고 평한다. '무엇을 쓸 것인가와 어떻게 쓸 것인가를 줄곧 연결해 고민해온 작가'(오생근) 황석영씨는 이제 새로운 양식으로서의 '동아시아 문학'을 만들어 세계와 소통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방북 후 수감됐다가) 출옥 한 이후 '오래된 정원'과 '손님'을 내고, 최근에는 '심청, 연꽃의 길'을 연재했지, '삼국지' 냈지, 대단한 일입니다. 백낙청(평론가) 선생이 '한국 교도행정의 일대 승리'라고 농담하실 만하지요."(최원식씨) "(감옥에서) 잡범들과 친해지고 불빛 가리개나 독서대도 만들고…일상성에 대한 학습이랄까, 그게 출옥 후 개미처럼 일할 수 있는 힘이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이제는 무엇을 갖다 놓아도 깎아서 얘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에는 여러 가치들이 충돌하는 21세기 혼돈의 와중에, 지난 세기 우리가 품었던 소망이나 남긴 질문을 내 문학 속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황석영씨·대담 '황석영의 삶과 문학'에서)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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