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입학이 목표인 부산 S고교 3학년 문모(19)군은 수능 이틀 뒤인 지난 7일 친구와 함께 상경, 강남구 대치동 H학원에서 심층면접 대비 특강을 받고 있다. 인천 친척집에 머물고 있는 문군은 오전 6시30분에 기상해 점심시간 직후까지 각종 논술자료를 2∼3회씩 정독한 뒤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학원수업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새벽 1시께 잠을 청한다. 문군은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상경했다"며 "수능을 잘 치른 재수생들과 경쟁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올 수능의 난이도 및 가채점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일자 불안해진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대거 사교육 시장에 뛰어드는 등 '제2의 수능' 준비에 분주하다.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의 논술, 심층면접 학원들은 예년보다 한 주 빠른 8일부터 개강, 본격적인 고객맞이에 나섰다. 이에 위기 의식을 느낀 일선 고교들도 교육부 지침과 어긋나는 편법 논술수업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공교육 붕괴에 대한 우려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6일 수능 가채점 결과가 발표된 뒤 강남 지역 학원가에는 수강등록을 문의하는 학부모 수험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장모(47·여)씨는 "논술, 면접 구술시험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아 강남 논술과외 교습비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귀띔했다. 대표적인 강남 M학원의 경우 주2회 개인교습 시세가 월 100∼200만원선으로 알려졌다. 개인택시를 하는 이모(40·경기 평촌)씨는 "학교에서 고3 딸의 논술 준비를 제대로 해주지 않으니 월수입의 50%를 고스란히 과외비로 쏟아 붓는다"고 한탄했다. 대치동 M논술학원 원장은 "논술·심층면접 학원들이 고3들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광고공세에 나섰다"며 "기말고사가 끝나는 다음주부터 학생들이 대거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지막 내신성적 향상을 위한 '기말고사 대비 풀서비스 과외'도 성업중이다. S대 공대 지망생인 단대부고 3학년 이모(19)군은 "선생님들이 예상 기출 문제 등 많은 힌트를 제공해 부담은 적지만 많은 친구들이 주2회 족집게 과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3 학생들의 학원 러시로 사실상 수업 불능 상태가 예상되는 일선 고교도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비밀 논술, 면접 강의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 Y고 국어담당 교사는 "교육부의 엄포 때문에 현실적으로 별도 논술 지도는 불가능하지만 방과 후 특기적성시간을 활용해 논술교육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S여고 교사 김모씨는 "조만간 논술 희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 신청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 외국어고는 아예 학생들의 지원가능 대학 분류작업이 끝난 뒤 논술지도를 위해 반 재편성에 나설 방침이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