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의 원조인 일본에 비해 우리가 훨씬 앞서 나갈 겁니다"9월 중순 1,242명의 주부 설문을 통해 백화점 업계 최초로 '매탈로그(매거진+카탈로그)' 형식의 전단지를 선보인 롯데 백화점 김상학(36·사진) 광고제작 과장. 기존 백화점 전단지가 단순히 상품·가격 소개에 그친 데 반해, 여성 잡지처럼 패션 트렌드까지 제안해 주는 전단지라고 그는 설명했다. 업계 반응도 뜨거워 경쟁 백화점들도 디자인을 바꾸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화려하고 세련된 백화점 전단지이지만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다. 김 과장의 하루 일과는 고객에게 발송하는 우편물, 신문 광고, 전단지 등의 제작 일정을 체크하고 업무지시를 하면 보통 오후 8시가 넘는다. 전단지 나오기 전날(일·목)에는 인쇄 전 최종 전단지를 꼼꼼히 확인하느라 팀원들과 자정까지 일하기 일쑤다. 디자인 개선, 정기세일 특별 제작, 연말 캘린더 제작 등의 특별업무가 생기면 밤샘은 기본이다.
"일 끝낸 후 팀원들이랑 한잔한 새벽, 집 앞 신문에 끼워진 전단지를 볼 때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답니다."
주말 근무에 이골이 난 이 같은 생활이 벌써 10년째. 지점이 늘어가면서 첫 입사 때 8명이던 광고제작팀이 19명으로 늘어나고, 팀을 이끌게 되면서 김 과장의 업무는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그는 틈틈이 대학교 출강, 기능 올림픽 심사위원을 맡는 등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주말에 놀자고 친구들 전화 받아 본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여름철 수영복 행사 전단지를 만들었을 때. "수영복 특성상 섹시한 여자 모델 사진이 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하루는 어떤 교감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 이런 걸 어떻게 학생들에게 보이느냐, 당장 가져가라고 하시지 뭐예요" 롯데 백화점 전단지가 그때 이후로 '격'을 잃지 않는 이유라고 김 과장은 설명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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