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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각국 카메라폰 규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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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각국 카메라폰 규제 움직임

입력
200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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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중화하기 시작한 카메라폰(디지털 카메라 기능이 부가된 휴대폰)이 사생활 침해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면서 각국에서 규제 대상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규제 여론은 카메라폰이 유행하고 있는 일본 미국 영국 한국 중국 등에서 높다. 자신의 모습을 애인에게, 혹은 사랑스런 손자의 모습을 시골 할머니에 생생히 전해줄 수 있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탄생한 카메라폰은 머지 않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날로 빈발하는 카메라폰 오용 사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최근 카메라폰 규제 움직임을 보도하면서 오용 사례를 구체적으로 예시했다. 호주에서는 촬영이 법으로 금지된 재소자의 모습이 카메라폰에 찍힌 뒤 유력 일간지에 게재되는 일이 벌어져 언론계가 발칵 뒤집혔고, 영국에서는 술집 화장실에서 여성이 성폭행 당하는 모습을 카메라폰으로 촬영한 사건이 터졌다.

제대로 부각되지는 않고 있지만 카메라폰에 찍힌 은밀한 화면들은 각국 웹사이트에 시시각각 올라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성폭행범이 피해자 몸을 카메라폰으로 찍어 협박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 같은 오용사례는 누구라도 카메라폰에 의해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피해 의식을 키우고 있다.

카메라폰의 빠른 보급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카메라폰은 세계적으로 8,000만대가 판매됐다. 2007년이면 2억9,8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 경우 시장 규모는 500억달러에 달한다.

카메라폰의 보급 속도는 디지털카메라를 누를 만큼 빠르다. 올 상반기중 출하된 디지털 카메라는 2,000만대이지만 카메라폰의 생산대수는 2,480만대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현재 100만 화소급인 카메라폰은 2008년께 500만 화소급으로 개량돼 현 300만∼400만 화소급인 디지털 카메라를 능가할 수 있게 된다. 캠코더 기능을 갖춘 캠코더폰도 시장에 등장했다. 1시간 이상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캠코더폰은 올 연말 본격 시판된다. 국내 업계는 휴대폰을 교환하는 10명 중 6∼7명 가량이 카메라폰을 택하고 있어 조만간 국내 휴대폰 이용자의 절반 가량이 카메라폰을 휴대할 것으로 예측했다.

각국의 규제 움직임

카메라폰에 대한 규제는 이미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기업은 기밀 보호를 이유로 사업장내 카메라폰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독일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은 직원과 방문자의 카메라폰 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 다시금 경종을 울렸다. 우리나라의 경우 군사분계선(DMZ) 인근 최전방 지역으로 카메라폰 반입을 금지하는 것이 다소 이채롭다.

경제적, 군사적 이유에 따른 카메라폰에 대한 규제는 사생활 보호라는 보다 광범위한 법익 보호를 위해 전 사회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일본, 한국 등에 비해 카메라폰 보급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미국은 본격적인 보급 이전에 사생활 침해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마이클 옥슬리 미 하원의원은 국립공원 등 연방 정부 관할 지역에서 허락 없이 카메라폰으로 촬영할 경우 벌금이나 1년이하의 징역을 가하는 법안을 마련중이다. 옥슬리 의원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각 주 정부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전국적으로 240개 이상의 수영장 및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미국 YMCA와 전국의 골프클럽, 헬스센터 등은 자체적으로 시설 내에서 카메라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카메라폰이 가장 널리 보급된 일본의 경우 도쿄(東京)도가 '미혹 방지 조례'를 제정, 목욕탕 등지에서의 카메라폰 반입 및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각국이 법령을 통해 카메라폰 반입 등을 본격적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규제를 위한 물밑 입법활동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카메라폰 수출로 톡톡히 덕을 보는 국내 업체들은 각국의 입법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 같다.

규제 무용론과 규제 방향

하지만 카메라폰 규제는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난센스라는 여론도 아직은 상당히 강하다. 미 남가주 대의 더글러스 토머스 교수는 "카메라폰이 없더라도 치한들은 시중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소형 몰래 카메라로 여자의 은밀한 곳을 찍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카메라폰이 있으면 불법현장을 찍어 고발할 수 있는 등의 장점도 많다"며 카메라폰 유용성을 강조했다.

규제 무용론은 카메라폰 시장 확대를 반기는 제작 업체들의 로비에 의해서도 강화되고 있다.

향후 카메라폰 규제는 특정지역으로의 카메라폰 반입 및 사용을 금지하는 것 보다는 제조단계에서 은밀한 촬영이 불가능하도록 카메라폰을 제작하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한국 촬영음 내년 의무화 / 빛 발광장치 첨가는 "비용과다" 업체 난색

카메라폰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한국 정부의 대책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이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 정보통신부는 고민끝에 촬영음을 내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으나 효용성 등에서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다.

정보통신부가 11일 발표한 규제 대책은 카메라폰으로 촬영할 때 반드시 일정 소음(65데시벨(db)) 이상의 소리를 내고 진동모드에서도 소리가 해제되지 않도록 해 당사자들이 촬영 순간을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촬영음은 '찰칵'이나 '하나 둘 셋' 등 여러 소리 중에서 업체가 자율 선택하도록 했는데, 이미 출고된 카메라폰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촬영음과 함께 고려된 촬영시 강제로 빛을 발산하도록 하는 방안은 추가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 국산 카메라폰의 경쟁력을 저하할 우려가 있어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앞서 "카메라폰의 오남용은 관련법에 의한 처벌이나 공공장소에서의 사용제한 등 당사자간 해결로 풀 문제"라며 "업계에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규제가 이뤄진다면 휴대폰에 크게 의존해온 내수는 물론 수출에도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건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가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설사 이 같은 장치를 부착한다 하더라도 인권침해 사례가 얼마나 줄어들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셔트음이 어느 정도 거리까지 들릴 수 있겠는가 하는 점과 그나마 원거리에서 줌(zoom)으로 촬영한다면 셔트음은 거의 무의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광음 역시 밤에는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낮에는 소용이 없을 것이란 의견이 대다수였다. 기술적으로 접근한다면 목욕탕 탈의실 같은 공공장소에서 원천적으로 촬영할 수 없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 같은 기술이 가능할 지, 그렇다 하더라도 업계에 미칠 악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장소에 카메라폰을 아예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백지화했다.

결론적으로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기술적 난점, 경제적 악영향 등이 카메라폰에 대한 규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는 국회가 카메라폰 오남용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발의한 형법개정안이 미흡하다며 가칭 '사생활보호법'과 같은 법 제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처벌규정이 모호한 현 법 테두리 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생길 수 있으므로 카메라폰의 범법사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부도 "현 소관법으로는 규제가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어서 이에 대한 관련 법규 제·개정에 대한 논의는 확산될 전망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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