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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게임/ 테칸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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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게임/ 테칸 월드컵

입력
200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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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게임은 만들기 어렵다. 축구만큼 공의 움직임이 빠르고 변화무쌍한 경기가 또 없다. 축구공은 선수들의 발 위에서 필드 끝의 골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다 누군가의 헤딩에 부딪혀 반대편으로 튀어가고, 태클에 걸려 잠시 멈췄다가는 현란한 트래핑과 드리블에 내몰려 예상치 못할 방향으로 움직인다.선수들은 오죽 많은가. 무려 11명의 플레이어가 쉴 틈 없이 경기장을 누비며 다양한 개인기를 펼친다. 이처럼 수많은 변수들이 축구 게임을 만드는 프로그래머를 괴롭히고 머리를 쥐어뜯게 만든다. 선수들과 공의 움직임이 비교적 제한된 공간에서 뻔한 궤적을 그리는 테니스나 야구 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초기의 축구 게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일본 게임제작사 테칸(Tekkan)의 '테칸 월드컵'(1985)을 보면 당시의 게임 제작자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해답을 확인할 수 있다.

테칸 월드컵은 단순한 게임 재현을 위해 경기장 위에서 바로 아래를 내려다 보는 듯한 2차원 화면을 기본으로 삼았다. TV생중계처럼 박력 있는 화면을 보여주는 요즘의 3차원 축구게임과는 거리가 멀다. 선수들의 모습은 머리와 어깨가 보이는게 전부고, 공은 포물선 대신 직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결정적으로 패스와 슛의 구분이 없다. 일단 볼을 잡으면 무조건 단독 드리블이다. 너무도 쉽게 공을 뺏기는 몸싸움은 어설프다. 개인기 따위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테칸 월드컵은 80년대 중반 오락실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스포츠 게임으로 기록돼 있다. 84년 청소년월드컵 4강 신화와 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 진출의 열기가 뜨겁던 때다. 의외로 20∼30대 어른들에게도 인기를 끌어, 두 사람이 마주 앉은 가운데 화면이 놓인 테이블 스타일의 게임기는 다방이나 유흥업소에서 인기를 모았다. 이 게임은 인터넷 에뮬랜드(www.emulland.net)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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