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거를 마친 일본의 집권 자민당과 거대 야당 민주당이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문제를 놓고 첫 대결을 벌이고 있다. 양당의 입장이 선명하게 갈라지는 이 문제는 향후 국회 일정과도 맞물려 정국흐름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이즈미 총리의 고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연일 "여당은 선거 중 자위대 파견의 필요성을 확실히 밝혀왔다"며 "여당이 안정다수를 확보함으로써 이 문제도 국민의 지지를 얻은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당초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방일하는 14일 자위대 파병에 관한 기본계획을 각의에서 결정해 총리 선출을 위해 19일 소집되는 특별국회에 보고할 예정이었다. 총리가 국회에 보고한 뒤 방위청 장관이 파병 명령을 내리고 다시 총리가 20일 이내에 국회 승인을 얻도록 돼 있는 절차를 감안할 때 올해 안에 선발대, 내년 초에 본대를 파병하려면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위대 파병에 반대하는 민주당이 선거에서 대약진을 하고 이라크 치안이 악화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민주당은 특별국회에서 파병 문제에 대한 대표질문과 철저 심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난처해진 고이즈미 총리와 자민당은 일단 각의 결정을 19일 특별국회 이후로 미루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측과 사실상 약속한 것이나 다름 없는 파병 일정은 내년 이후로 늘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1월 소집될 정기국회에는 예산안이 걸려 있어 민주당이 파병 승인과 예산안 통과를 연계할 경우 국회운영의 차질도 걱정이다.
민주당의 반대 논리
민주당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유엔헌장 등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였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원용한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근거로 자위대 파병을 허용한 이라크부흥지원특별조치법 자체를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라크에서 공격의 이유였던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중시한다.
또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병하려면 이라크 국민에 의한 공식 요청이나 유엔에 의한 평화유지활동(PKO) 결의가 있어야 일본의 헌법과 저촉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영 '점령군'의 지원부대로서의 자위대 파병은 안된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국제사회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라크의 현실, 동맹국 미국의 요청에 의한 일본의 의무는 인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라크 행정지원과 인도주의 구호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문민지원활동'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위대도 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위험지역에 민간인을 보낸다는 논리상의 맹점도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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