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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덜 투자하는 쪽이 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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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덜 투자하는 쪽이 패자

입력
200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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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이 공정하게 적용된다고 가정하고 운(運)을 배제할 때 팀 스포츠의 승패는 팀 전력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전력을 구성하는 요소로는 선수개인의 기술, 체력, 정신력, 성취동기와 정보, 작전, 팀워크 등이 있다. 장기 레이스로 진행되는 프로리그에서는 이 7가지 전력요소의 총합체인 팀 전력이 승률로 나타난다.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스포츠에서도 좋은 제품(높은 승률)을 생산하는 데는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많은 선수가 뛰는 종목일수록 강 팀을 구축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많은 돈과 긴 시간이 요구된다.2년 전 프로야구 시즌에서 구단별로 '1승 당 선수연봉'(구단 총 연봉액을 총승수로 나눈 액수)이 많게는 6,384만원에서 적게는 3,997만원이 들었지만 4,800만원이 먹힌 구단이 챔피언을 차지했던 점으로 볼 때 투입된 돈이 우승이나 높은 승률을 반드시 보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장기레이스에서는 강팀이 낮은 승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단기전에서는 어떨까. 긴 리그보다는 운이나 심판의 재량이 승부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그래도 강팀이 결승까지 갈 확률이 높다. 며칠 간격으로 한국 야구대표팀은 대만에 역전패하고 미국은 멕시코에 일격을 당해 아테네 올림픽출전이 좌절되었다. 이쪽 예선은 리그였고 저쪽은 토너먼트였지만 둘 다 평소 한수 아래로 봤던 팀에게 당한 패배라서 선수단뿐만 아니라 양국 야구팬들도 쇼크를 받았을 법하다.

패인에 대해 패전국의 전문가들은 "안일한 대응", "대표선수 선발에 문제가 있었다"는 등 비슷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물론 이긴 나라인 대만이나 멕시코의 야구 전문가들이 내놓은 승인분석은 다를 것이다. 어쩌면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4강에 진출했을 때와 유사한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 "선수의 투혼" 등의 진단을 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 국가의 패전은 말 그대로 적을 얕잡아 본 경적필패(輕敵必敗)가 가장 큰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한편으로는 돈과 시간을 덜 투자하면 이기기 어렵다는 고루한 진실을 다시한번 입증하고 있다. 두 패전국은 자국에서 팬 수가 가장 많은 프로야구 리그의 유지가 우선이었다. 따라서 비싼 선수를 돈 안 되는 올림픽 예선전 통과를 위한 훈련에 오랜 기간 파견할 수 없었다. 이는 자연히 팀워크, 정신력, 성취동기 등의 약화를 불러와 한수 아래로 평가된 팀으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맞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물론 같은 예선탈락이지만 상대를 가볍게 본 정도는 미국이 우리보다 훨씬 더 했을 것이다. 그 결과 미국대표팀은 우리로 치자면 태권도의 예선탈락에 버금갈만한 슬픈 소식을 팬들에게 전했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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