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각에서는 수능이 성적으로 사람을 서열화하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자살하는 학생이 나타나고 3년간 학생들을 혹사 시키니 옳지 않은 제도라고 말한다. 그들의 말대로 수능 제도는 폐지되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10여년 전 나는 두 번의 입시를 치렀다. 시험제도는 달랐지만 그 때도 입시에 대한 부담은 마찬가지였고 자살하는 학생도 있었다. 지금은 수시 입학이 있지만 그 땐 말 그대로 단 한번의 시험으로 장래를 결정해야 했다. 더구나 재수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그리 좋지 않았다. 동기들에 비해 겨우 1년 늦는 것이었지만 내겐 그 1년이 영원히 극복할 수 없는 시간으로 느껴졌다. 대학 내내 남아 있던 패배자의 감정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 생활을 통해서 였다. 졸업 후 나는 모 대학병원에 역시 재수해서 합격했다. 수술장에서 일하면서 공부 잘하는 의대생들도 의대 졸업 후 인턴, 전공의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역시 재수, 삼수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스스로에 대한 자괴심을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만일 수능이 폐지된다면 대학은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 모든 대학을 평준화하고 집 근처 학교로 학생들을 배정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학생의 재산수준에 근거해서 선발해야 하나? 수능이 고 3생에게는 무거운 부담이겠지만 단순히 운으로만 치르는 시험도 아니다. 우리 사회가 사람을 평가할 때 지나치게 출신 대학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명문 대학에 가고 싶어한다. 수능은 3년간 쌓아온 실력으로 자신이 지망하는 대학의 수업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는지 평가하는 수단이다.
평가에는 수능만 있는 것이 아니듯 시련 역시 수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능 시험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경험해야 하는 많은 난관 중의 첫번째일 뿐이다. 첫번째 관문에서 자포자기하거나 낙담한다면 앞으로 더 큰 난관을 만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고3 학생들을 안타깝게 여겨 수능을 폐지한다면, 이는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갈 젊은이들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우리의 젊은이들은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이 시련을 통해 단단해지는 동안 작은 비바람에도 견디지 못하는 온실의 화초가 되는 것이다. 한번의 실수나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될지, 아니면 성공의 밑거름이 될지는 개인의 태도에 달려있다.
/연영숙·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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